《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평생 고용과 자동 승진으로 무장된 ‘요새’인 공직사회 대개조에 착수했다.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 명을 줄이는 대신 재교육과 재배치를 통해 업무 효율화를 극대화한다는 ‘퍼블릭 액션 2022’ 계획을 1일(현지 시간) 발표한 것. 마크롱 대통령은 “요새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다”며 공직사회 대개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각 분야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직사회 대개조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른바 ‘요새 깨부수기’ 프로젝트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일(현지 시간) ‘공공 분야 개조 부처 합동 위원회(CITP)’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개혁안의 개요를 발표했다. CITP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 명 축소를 포함해 공공 지출 600억 유로(약 80조 원)를 줄이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15개 부처가 합동 연구 중이다. CITP는 4월 ‘퍼블릭 액션 2022’의 구체적인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총리가 이날 직접 밝힌 개요 안에는 평생 고용과 자동 승진 등 그동안 프랑스 공직 사회를 대표해 온 금기를 깨는 충격 요법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은행가 출신 마크롱 대통령은 민간기업 노동 기법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명예퇴직(자발적 정리해고) 도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앙 및 지방정부와 병원을 포함해 공직 업무를 재조정한 뒤 공무원 재배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장관은 “조정 후 부서를 이동해야 할 공무원도, 민간으로 떠나야 할 공무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인사이동이 매년 100명 중 4명밖에 되지 않았던 프랑스 공직사회는 업무 재조정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계획은 마크롱 정부가 구상 중인 각종 공공기업 민영화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전체 공무원의 17% 수준인 계약직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정부는 공무원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 중심의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공직사회에서 금기로 남아 있던 실적에 따른 보상 차별화 방안이 적극 도입되고 올해 말까지 학교, 법원, 병원 등 모든 공공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필리프 총리는 “2022년까지 모든 문서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겠다”며 그동안 책상에 앉아 서류 작업에 주력하던 공무원들이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바꿔 놓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프랑스는 전체 공무원 수가 567만 명으로 인구 대비 공무원 수가 북유럽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전 올랑드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결원이 생기는 일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무원 인력을 줄였지만 여전히 공공 부문 임금이 전체 정부 재정지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튀니지를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 부문을 절대 변화시킬 수 없는 요새로 단정 지으면 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이날 “저항에 직면하더라도 공무원 사회를 뒤흔드는 데 거리낌도,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필리프 총리는 이날 노조와 상의 없이 발표했다. 6일부터 노조와 대화에 나서 내년 초 무렵 법안으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조에 선제공격을 날린 것이다. 공무원은 대부분 모든 노조에서 주축 세력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마크롱 대통령이 진행했던 각종 개혁 중 가장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강성 노조 3곳은 지난달 ‘퍼블릭 액션 2022’를 논의하는 첫 회의에 보이콧을 선언하고 3월 말경 대규모 집회를 구상 중이다. 자율노조연맹(UNSA) 뤼크 파레 대표는 “여전히 대형 실업의 늪에 빠져 있는 이 나라가 추악한 대형 공공 감축을 한다고 일자리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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