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공격땐 정권 종말… 김정은 살아남는 시나리오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5일 03시 00분


국방부, 8년 만에 ‘핵태세 보고서’… 한국어 요약본도 발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살아남는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국방부는 2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정책 기조를 담은 2018년 ‘핵태세보고서(NPR·Nuclear Posture Review)’에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이른 상황을 고려해 8년 전인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발표된 NPR에 비해 대북 경고 메시지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10년에 비해 ‘북한’ 언급 13배로 증가


2010년 NPR에는 북한이 4회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마저도 모두 이란과 짝을 이뤄 등장하며 “핵무기 야심을 추구하며 비핵화 조약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지시를 위반했다”는 책망을 받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 발간된 NPR는 북한을 총 51회나 언급하며 북한이 핵도발을 계속 감행할 경우 정권이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같은 ‘불량 정권’ 취급을 받는 이란은 39회 언급돼 북한이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떠올랐음을 시사했다.

대북 규탄 수위도 상당하다. NPR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되기까지 수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뒤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협력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핵무기 공격은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NPR는 “(핵무기 사용이 허용되는) ‘극단적인 상황’에는 (적국의) 중대한 ‘비(非)핵 전략공격’도 포함된다”고 명시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상대방의 공격에도 핵무기로 맞설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대한 비핵 전략공격에는 미국·동맹국·우방국의 시민 및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공격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존 루드 국방부 차관은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 무기 사용을 ‘중대한 비핵 전략공격’ 사례로 들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이날 “어떤 축구팀도 수비 플레이만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우리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경우 동맹을 보호하고 군사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작전을 전개하는 일도 할 것”이라고 밝혀 극단적 도발에 응징하겠다는 NPR 기조를 확인했다.

미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한국어로도 된 NPR 요약본을 인터넷상에 배포했다. 8년 전 NPR는 중국·러시아·프랑스·스페인·아랍어로 요약본이 발표됐으나 이번에는 중국·러시아·프랑스·한국·일본어로 발표했다.

○ 저강도 핵무기 도입에 SLCM까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전략을 총정리한 2018년 핵태세보고서(NPR) 표지. 미 국방부 웹사이트 캡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전략을 총정리한 2018년 핵태세보고서(NPR) 표지. 미 국방부 웹사이트 캡처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핵 억지력의 효과 유지를 위해 현존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장착하는 탄두의 파괴력을 낮추는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전술·전략 핵무기와는 별도로 폭발력이 수∼수십 kt에 이르는 저강도 핵탄두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핵 옵션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제한된 지역 내 목표물만 초토화시키는 실전형 핵무기가 배치되면 사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저강도 SLBM과 해상발사순항미사일(SLCM)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저강도 핵탄두 도입은 어디까지나 현존하는 탄두를 ‘개조(modification)’하는 것이며 “새 탄두의 개발이 필수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NPR가 “강대국 간 경쟁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냉전 후(後) 질서를 상당한 수준으로 수정하려 하고 있다”며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자 양국은 즉각 반발했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4일 “NPR는 중국의 핵 역량 위협을 과장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3일 “NPR는 대결적이고 반(反)러시아적 성격이 명백하다. 깊은 실망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논평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북한#핵공격#김정은#국방부#핵태세 보고서#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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