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했던 옐런… 날개 무거운 ‘비둘기’ 파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6일 03시 00분


美 ‘경제대통령’ 연준의장 교체

‘옐런 스타일’ 송별… 파월, 옷깃 세우고 연설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관에서 열린 재닛 옐런 의장 송별 행사에서 제롬 파월 신임 의장(왼쪽)이 옐런 의장의 스타일을 따라해
 옷깃을 세우고 연설하고 있다. 옐런 전 의장이 퇴임 후 둥지를 틀 브루킹스연구소도 트위터에 벤 버냉키 전 의장 등이 옷깃을 
세우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 제공
‘옐런 스타일’ 송별… 파월, 옷깃 세우고 연설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관에서 열린 재닛 옐런 의장 송별 행사에서 제롬 파월 신임 의장(왼쪽)이 옐런 의장의 스타일을 따라해 옷깃을 세우고 연설하고 있다. 옐런 전 의장이 퇴임 후 둥지를 틀 브루킹스연구소도 트위터에 벤 버냉키 전 의장 등이 옷깃을 세우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 제공
“달콤쌉싸름한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난 정말 이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첫 여성 의장으로서 4년 임기를 마치고 2일 퇴임한 재닛 옐런 전 의장(72)의 표정엔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이날 CBS 선데이모닝과의 퇴임 인터뷰에서 “여기(연준)서 한 일은 나의 존재의 핵심이자 정체성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4년 의장에 취임해 미국 경제 회복의 지휘자 역할을 했지만, 공화당 출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원인 그를 외면했다. 옐런 전 의장은 자신의 연임이 가로막힌 것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연준 의장이 단임으로 임기를 마친 것은 1979년 ‘최악의 의장’이라는 혹평을 받고 물러난 윌리엄 밀러 이후 39년 만이다. 제롬 파월 신임 의장 등 연준 직원들과 외국 중앙은행 직원들은 옐런의 패션 스타일을 따라하는 ‘옷깃 세우기’ 인증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그의 퇴임을 기렸다.

○ 떠나는 옐런, “자산시장이 걱정거리”

짐을 싸고 사무실을 떠나기 직전에도 옐런 전 의장은 경제 걱정을 놓지 않았다. 그는 증시 격언을 인용해 “경기회복은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며 경기 회복세를 낙관했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6월까지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1991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지속된 최장 경제 확장기에 맞먹는 기록을 쓰게 된다.

하지만 자산 가격의 상승에 대한 우려는 숨기지 않았다. 그는 주식과 상업용 부동산을 두고 “너무 높다고 말할 순 없지만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옐런 전 의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으로 높은 상단 부근까지 올랐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임대료에 비해 꽤 높다”며 “버블인지 구분하긴 어렵지만 가격이 높다는 건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다만 “자산가치의 하락이 있더라도 핵심 금융시스템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옐런이 떠난 금요일 뉴욕 증시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1월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올랐다. AP통신은 “파월의 연준이 직면한 과제를 상기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진화를 위해 풀어 놓은 돈이 밀려들어오면서 자산시장이 부풀어 오른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후임자인 파월 의장에게 넘어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드만삭스 출신 경제라인’ 중 한 명으로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역임한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성과는 물론이고 옐런 의장의 업적까지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성장과 안정의 균형, 파월 의장 어깨에

65세 생일 하루 전인 3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파월 의장은 월요일인 5일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연준 이사로 활동하며 대세를 따라가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인 파월 의장은 전임자의 정책을 이어받아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17년 만의 최저 실업률에 자산시장 과열 우려까지 나오는 경제 상황이 변수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나치게 머뭇거리면 2001년과 2007년 경제확장기처럼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금리 인상 속도를 너무 내면 경제회복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연준이 균형을 잡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파월 의장이 직면한 과제는 금융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고 적절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 성장 목표를 위해 옐런 대신 파월을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궁합도 미지수다. 블룸버그뉴스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내면 리처드 닉슨 행정부 이후 가장 날카로운 백악관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의 연준은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트럼프 감세가 경제에 미친 영향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사 학위도 없고 경제학도 전공하지 않은 최초의 연준 의장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기에 연준은 최소 4%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대응했다. 현재는 2020년에나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릴 수 있어 정책 대응 카드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퇴임 옐런 의장의 주요 업적

△주식시장 호황(나스닥지수 97% 상승,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67% 상승)
△2%대 경제 성장
△실업률 6.7%에서 4.1%로 하락
△임기 중 5차례 금리 인상 등 양적축소 개시
△금융기관 규제 강화

● 신임 파월 의장의 4가지 과제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균형: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경기 과열에 대응
△친트럼프 포퓰리즘 논란: 친트럼프 성향의 연준 인사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 불식
△금융규제 완화: 자기자본과 파생상품 규제 완화 및 부작용 대응
△경기 침체 대응: 향후 경기 침체 시 연준의 대응 능력 확보
#옐런#미국#연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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