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혼란으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몰디브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리스트에서 매번 언급될 정도로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섬이다.
아시아 남부 인도양 중북부에 1190여 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는 몰디브는 환상적인 에메랄드빛 바다 등 그림 같은 풍경으로 인기 신혼여행지로 꼽힌다.
지난해 인터파크투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신혼부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허니문 여행지는 몰디브였다. 몰디브는 섬 하나에 하나의 리조트가 운영되고 있어 외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생활이 꽤 보장된 허니문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로 꼽힌다.
하지만 몰디브는 ‘2100년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섬’이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 1m 이하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수몰될 수 있는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은 2000년 대비 4.8℃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산업혁명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구의 기온은 약 0.8℃ 상승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해수면도 상승하게 된다. 1901년부터 지금까지 해수면은 약 19㎝ 상승했으며 향후 평균기온이 오르는 것까지 고려하면 2100년까지 해수면은 약 26∼82㎝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몰디브가 그대로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것.
기후변화는 몰디브의 아름다운 산호초도 파괴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몰디브해양연구소·환경보호국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알리푸알리푸아톨루 환초를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록적인 해수 온도 상승으로 몰디브 산호초 서식지의 60%가량이 백화(白化·bleaching)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서식지에서는 백화한 산호초 비율이 90%에 달했다. 백화 현상이 일어난 산호는 제 기능을 잃고 서서히 죽어간다. 몰디브에는 전 세계 산호초의 3%가량이 있다.
시한부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몰디브는 정정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
몰디브는 오랫동안 술탄제를 유지하다가 네덜란드령에서 1887년 영국 보호령으로 스리랑카에 식민지로 편입됐다. 이후 1948년 스리랑카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 영국 직할의 보호국으로 남았고, 1965년 7월에 독립했다.
1968년 술탄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이 된 몰디브의 초대 대통령은 이브라힘 나시르. 이후 1978년 마우문 압둘 가윰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30년 동안 장기 집권을 하다가 2008년 10월 29일 치러진 첫 민주적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인 모하메드 나시드가 당선됨으로써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2013년 압둘라 야민 현 대통령이 나시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자리에 올랐다.
취임 이후 압둘라 야민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파를 진압하고 투옥시켜왔다.
그러다 최근 몰디브 대법원은 2015년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과 현재 수감 중인 다른 야당인사 8명에 대한 재판이 부적절한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면서 이들의 석방과 재심을 명령했다. 또 집권당인 몰디브진보당에서 탈당해 야당으로 옮겼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12명의 의원직 복직도 명령했다.
이에 야민 대통령 측이 대법원 결정 이행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고, 결국 야민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갸윰 전 대통령까지 체포했다. 가윰 전 대통령은 야민 현 대통령과 이복형제 사이지만, 최근 현 정권을 비판하며 야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야당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비상조치 선포 후 경찰은 대법원으로 출동해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과 알리 하미드 대법관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무슨 혐의로 체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몰디브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외교부는 6일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몰디브에 거주하거나 체류 예정인 우리 국민께서는 수도 말레섬으로 방문을 자제해 달라”며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할 경우에는 정치적 언행, 현지인들의 데모 및 집회 장소 방문 등을 삼가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까지 몰디브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접수된 우리 국민 피해 사례는 없다”며 “수도 말레를 대상으로 여행경보를 기존 1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단계는 ‘여행 유의’ 수준이지만 2단계는 ‘여행 자제·신변안전 특별 유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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