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오는 여정의 중간 기착지 일본에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최대한의 대북 압박과 제재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총리관저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과 함께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나라라는 걸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에서 남북 대화를 넘어,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발언들을 쏟아냈다.
○ 펜스 “북한의 올림픽 강탈 허용 못 해”
펜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두와 말미를 제외한 발표문 대부분을 대북 메시지에 할애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평창에 동행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의 체제 선전이 올림픽을 강탈하는(hijack)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인용해 “북한에는 10만 명의 주민이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기아와 강간,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 체제의 비인도성을 부각했다.
남북한 동시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펜스 부통령은 “2000년, 2004년, 2006년에도 남북한은 같은 깃발 아래 행진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그 이후에도 도발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동시입장을 하고 8개월 후 첫 핵실험을 한 사실을 강조했다.
향후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전례 없이 엄격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한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베 총리도 북한이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여는 것을 거론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미일, 한미일이 힘을 합쳐 모든 방법으로 압력을 최대한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펜스 부통령과) 확인했다”고 거들었다. 또 “모레(9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일이 확인한 방침을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이에서도 확인하고, 대북정책에 관한 한 한미일이 흔들리지 않는 강고한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미일의 대북 강경 기조에 발맞추라’는 우회적인 압박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를 언급하며 “이를 막기 위해 미일 간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줄곧 굳은 표정으로 회견을 마친 두 사람은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8일, 아베 총리는 9일 문 대통령과 만난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각각 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일 양국이 번갈아 가면서 한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펜스의 일본 일정은 모두 대북 안보 태세 관련
6일 저녁 요코타(橫田) 공군기지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7일 오전 도쿄 이치가야 방위성을 찾아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 포대를 시찰했다. 방위성에는 2016년 3월 북한의 도발이 본격화한 후 패트리엇 포대가 상시 배치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시찰 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과 만나 “‘미일이 함께 있다’는 건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히고 대북 억지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8일 오전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요코타 기지에서 미일 미사일 방위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을 가는 중간 기착지인 일본에서의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북 안보 행보로 채운 셈이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서도 탈북자들과 면담을 하고 천안함기념관을 찾는 등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아베-펜스 회담에서는 평창 올림픽 때문에 미뤄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만나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평소와 같은 규모로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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