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黨의 영도 견지 못하면 오늘의 분투 무슨 의미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03시 00분


習 핵심측근 딩쉐샹 판공청 주임
1월 비공개 발언 黨기관지에 소개… 장기집권 불가피 취지 강조해 주목
부주석 임기 제한도 없애기로… 왕치산, 習 장기집권 파트너 될듯
SNS에서 비판 목소리 나오자… 中당국, 웨이보 관련글 댓글 금지

“우리 후대가 이상과 신념을 견지하지 못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지 못하고, 당의 영도를 견지하지 못하고, 우리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면 국가의 기치를 바꿀 것이다. 그럼 우리가 오늘 이렇게 필사적으로 분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최근 발간된 중국 공산당 직속 기관 위원회의 기관지 중즈당젠(中直黨建) 2월호에 실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비공개 발언이다.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이 지난달 말 당 직속 기관 업무회의에서 강연하면서 소개한 시 주석의 발언이 중즈당젠에 게재되면서 처음 알려진 것이다. 시 주석이 언제 어디서 이 발언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딩 주임은 정상회담 등에 배석하는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다.

중국 공산당이 25일 국가주석직의 2연임 임기 제한(최장 10년)을 없애는 헌법 개정안을 제안해 국내외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장기 집권 정당화로 해석될 수 있는 시 주석 발언이 공개돼 주목된다.

이 발언은 젊은 간부들이 시진핑 사상으로 두뇌를 무장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공산당은 임기 제한 폐지 발표를 앞두고 ‘후대가 시진핑 사상을 계승하기 위해 일관된 당의 지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교육을 강화해온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의식 약화와 부패가 공산당 집권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장기 집권 시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등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럽 극우 극좌의 부상 등 서구 민주사회에서 일어난 혼란한 일들을 보면서 불확실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시 주석이) 당의 안정과 지속성에 집착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때 은퇴한 시 주석의 오른팔 왕치산(王岐山)이 부주석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을 임기 제한 철폐와 연관해 주목했다. 공산당은 국가주석뿐 아니라 부주석의 임기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강한 ‘왕치산 부주석’이 시 주석과 장기 집권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임기 제한 삭제가 “인민의 광범한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임기 제한 삭제가 종신 집권 의도라는 지적에 “변화는 종신제를 뜻하지 않는다”라면서도 “2020년부터 21세기 중엽까지 위대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중앙집권화되고 통일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장기 집권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매체들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문화대혁명의 폐해를 본 덩샤오핑(鄧小平)이 집단지도체제를 시작한 취지를 시 주석이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람들이 시 주석의 독재적 성향을 두려워할 뿐 아니라 자포자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치평론가 우창(吳强)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개헌은 시 주석을 슈퍼 지도자로 변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중국 당국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연임 제한 삭제 관련 뉴스의 댓글 기능을 금지했다.

한반도 주변국은 스트롱맨들이 상당 기간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 달 재선되면 2024년까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하면 2021년까지,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2025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시진핑#중국#장기집권#딩쉐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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