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군 위안부는 인류의 수치, 일본은 그 상처를 치유해야 할 도덕적 의무 있다.”
미국의 흑인인권 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뉴욕한인회관 내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24가 뉴욕한인회관 6층. ‘고향의 봄’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미국 흑인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77)가 김민선 회장 등 뉴욕한인회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섰다. 잭슨 목사가 뉴욕한인회관 6층에 마련된 이민사박물관의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시 잭슨 목사
굳은 표정으로 소녀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잭슨 목사는 하얀 장미 꽃 한 송이를 들고 소녀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소녀상에 눈을 맞추더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직접 만난 듯이 손을 맞잡았다. 그의 눈은 한 동안 소녀상을 떠나지 못했다. 헌화를 마친 그는 소녀상 곁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일본 정부를 향해 “사과하는 것이 적절하다(apology is appropriate)”고 힘주어 말했다.
잭슨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류의 수치”라고 비판하고 과거 노예제 당시 흑인 여성들이 노예 주인들에게 당했던 고통을 거론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했다. 그는 “미국 흑인들도 과거 노예제 시기에 같은 경험을 했다”며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흑인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면서 노예 주인들의 위안부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헌화를 마친 뒤 “위안부는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그냥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적절한 사과(proper apology)로 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위안부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며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문이 열리길 기대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걸 축하한다”며 “무엇보다 남과 북이 올림픽에서 함께 했다는 걸 특히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피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내 소수인종의 인권에 관심이 큰 그는 이날 한인회 방문을 마치고 한인타운을 찾아 점심식사를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를 방문해 조태열 대사와 면담했다. 잭슨 목사는 이날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만나려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기회가 되면 북한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낸 잭슨 목사는 흑인 등 소수인종 인권운동에 앞장 선 정치인이자 종교인이며 마틴 루터 킹 목사 이후 미국에서 가장 신망 받는 종교 지도자로 꼽힌다. 1998년 방한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