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리아에 50t 상당 화학무기 재료 공급 정황…외화벌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15시 59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반군 공격에 사용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시리아에 50t 상당의 화학무기 생산 재료를 공급한 정황이 유엔 조사에서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무역회사가 북한을 대신해 시리아에 화학무기 재료를 운송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북한이 시리아, 이란 등에 화학무기, 탄도미사일 기술 등을 수출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경제 제재의 허점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시리아 내전, 북 자금줄 확보 기회”

월스트리저널(WSJ)는 27일(현지시간) 유엔의 기밀 보고서에 언급된 첩보를 인용해 “북한이 화학무기 공장을 짓는데 쓰이는 50t의 재료를 시리아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또 “평양을 위해 일하는 중국 무역회사가 2016년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내열(耐熱), 내산성(耐酸性) 타일과 스테인레스 파이프, 밸브를 선박에 실어 5차례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보냈다”며 “시리아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 생산을 도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한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내열, 내산성 타일은 화학공장 내부 벽면에서 사용되는 핵심 재료로 알려져 있다. 또 시리아의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북한 기술자가 작업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리아는 화학무기 사용이나 북한과의 연루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연구기관인 과학연구리서치센터(SSRC)가 위장회사를 낀 거래를 통해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에 재료 공급 대가를 지불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유엔 조사관이 정보를 더 제공할 경우 중국회사의 ‘북한-시리아’ 커넥션 연루 의혹을 조사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도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인용해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 등 최소 40건의 금수품목이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시리아 커넥션은 1960, 1970년대 중동전 당시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시리아 공군과 함께 비행 임무에 투입되면서 시작됐다.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에서 영변 원자로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발전소 건설을 도왔지만, 이스라엘은 2007년 이 시설을 폭격해 파괴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앙젤로 주립대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전은 북한에 특히 요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대북 경제 제재 허점과 핵확산 우려 동시 커져

북한이 시리아 이란 아프리카에 무기를 수출하고 외화를 챙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래리 닉쉬 전 미 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란과 함께 시리아, 헤즈볼라 등에 핵미사일 기술, 무기 등을 팔아 10년간 연간 20억~30억 달러를 벌어들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와 미국의 최대한의 압박 작전을 우회하는 북한의 자금줄이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화학무기 등이 중동 등의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닉쉬 박사는 “북한이 최근 실시한 미사일 실험의 기술 데이터를 이란에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중동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 행위를 통해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챙기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중동 등으로 확산되는 걸 우려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 중동 국가의 무기 커넥션을 근거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커넥션을 포착한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와 관련해 “절박한 상황의 북한이 범죄정권의 자금줄을 얻기 위해 창의적이고 끔찍한 방식을 찾는다”며 “북한이 물품을 시리아에 팔았다면 정권의 타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비핵화 정책을 굳건히 지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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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18-02-28 19:15:31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앙젤로 주립대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전은 북한에 특히 요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2018-02-28 18:56:52

    난 이산가족이다. 북한 몰살을 지지한다.

  • 2018-02-28 19:23:32

    'IS-탈레반'이 가장 군사적 약체이고 '카다피-리비아'군이 그 다음, '후세인-이라크'군이나 '아사드-시리아'군이 그 다음 수준이고 같은 수준의 북한군은 중공군 수준으로 도약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북한군 실전 참가와 군사 교류는 대단히 안좋은 징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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