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지선호’에 실린 로켓 수류탄 3만 발의 주인은 이집트 방산업체
유엔, 지선호 관련 보고서 이달 발표
주이집트 북한대사관은 무기밀수 대리점
북한-이집트 탄도미사일 비밀 협력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 나포된 북한 선박 ‘지선호(JIE SHUN)’ 안에 실린 3만 발의 북한산 로켓 수류탄(PG-7)의 구매자가 이집트 국영 복합방위산업체 ‘아랍산업화기구(AOI·Arab Organizaion for Industrialization)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은 지선호에서 압수된 무기와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집트 당국은 2016년 8월 수에즈 운하에서 2600만 달러(약 281억 원) 상당의 북한산 로켓 수류탄 3만 발을 불법 운송하던 지선호를 적발했다.
지선호는 캄보디아 국적의 선박으로 등록돼 캄보디아 국기까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 선박에는 북한 선원 23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황해남도 해주에서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북한 선원들은 수 톤에 달하는 철광석에 밑에 선적된 로켓 수류탄 상자를 ’수중 펌프 장비‘라고 주장했다.
NYT는 유엔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가 북한 무기를 구입해왔으며 북한 외교관들이 카이로 주재 북한대사관을 중동과 아프리카에 무기를 판매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은 걸 묵인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자금줄이 막혔던 북한은 이 같은 거래를 통해 현금을 달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비밀리에 이집트와 북한의 거래를 추적해왔고, 이집트 정부가 지선호를 나포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지난해 8월에는 이집트가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억9100만 달러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삭감하거나 보류했다.
트럼프 정부의 원조 삭감 조치 이후 이집트는 즉시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축소했다. 이집트 정부는 북한과 군사협력은 물론 카이로 주재 북한대사관 규모를 줄이고 북한 외교관의 활동을 감시했다. 지난달 카이로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만난 사메흐 쇼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는 제한적이며 경제적 또는 기타 협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집트에 오랫동안 탄도미사일 기술을 공급해온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안드리아 베르거 연구원은 “북한은 탄도 미사일 고객들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며 “이집트가 그 고객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 정권은 원조 삭감 등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며 결국에는 미국의 압박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집트와 북한은 1970년대부터 옛 소련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해왔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 이집트가 사거리 1300km에 달하는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이집트가 북한으로부터 노동미사일을 확보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2013년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이 사거리 300km의 스커드 B 미사일 부품을 ’수산물 가공기계‘로 속여 카이로행 항공기 실어 보내려다 적발됐다. 스커드 B 미사일은 이집트 내륙에서 이스라엘은 물론 나일강 상류 댐 건설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에티오피아까지 타격할 수 있다.
유엔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과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수단에 위성유도미사일 판매를 지원했다. 이들은 시리아에서는 화학무기 생산에 필요한 물품도 제공했다. 박춘일 전 주이집트 북한대사는 이집트 내에서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 주요 통로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활동을 이집트 지원한 혐의로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돼 카이로를 떠났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북한 외교관들은 달러를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에서 북한 외교관들은 코뿔소 밀렵에 연루됐다. 나미비아에서는 거대한 동상과 탄약 공장을 짓고, 앙골라에서는 대통령 경호원들을 대상으로 무술을 지도해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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