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명 관광지인 필리핀 보라카이와 인도네시아 발리의 쓰레기 오염 문제가 비상사태 수준에 이르렀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인기 휴양지인 보라카이에 쓰레기 오염 문제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6개월 전 “이 섬이 쓰레기 재앙을 맞았다”며 환경정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2012년 여행전문지 ‘트래블 앤드 레저’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섬’으로 선정한 보라카이가 불법 건축물 난립과 몰려든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환경재앙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는 보라카이에는 지난해에만 관광객 200만 명이 몰렸다. 이는 2008년 63만 명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섬 주민과 관광업체 소유주들이 환경정화 작업을 신속히 착수하지 않으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관광산업을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은 이 지역 주민 1만9000여 명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다.
같은 날 BBC방송은 발리에서 20km 떨어진 유명 다이빙 관광지 인근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 부유물로 뒤덮인 모습을 소개했다. 영국인 잠수부 리치 호너 씨가 누사프니다섬 앞바다에 들어가 촬영한 이 영상에는 수면을 뒤덮은 쓰레기 더미, 물고기들 사이로 흘러 다니는 플라스틱 병, 컵, 비닐, 빨대의 모습이 담겼다. 호너 씨는 “발리가 쓰레기 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건 비밀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처음 목격했다”고 말했다.
BBC는 “발리는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흐르는 인도네시아 해협의 중간 지점에 있다”며 “쓰레기는 인근 지역의 것일 수도 있고 멀리 태평양 너머로부터 흘러온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 발리섬은 ‘쓰레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트럭 35대와 700명의 청소부를 투입한 지 며칠 만에 200t에 이르는 쓰레기를 수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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