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중 조명에 쓸 연료 아끼려 도입
11일 시작… “수면-심장에 해롭다” 폐지론도
미국에서 11일 새벽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오전 1시 59분을 가리키던 시계가 2시를 건너뛰고 순식간에 3시로 넘어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올해로 미국에서 시행 100주년을 맞는 일광절약시간제, 일명 ‘서머타임’이 이날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이달 25일부터 시계를 앞당긴다.
시간을 인위적으로 앞당긴다는 다소 과격한 발상은 전쟁의 산물이다. 미 의회도서관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조명 등에 사용될 연료를 아껴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서머타임’을 처음 도입했다. 미국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인 1918년 3월 처음 도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전쟁시간제(War Time)’라는 이름으로 같은 정책을 부활시켰다. 전쟁이 끝난 뒤 일부 지역에서만 주법에 따라 정책을 시행해 혼란이 야기되자 미 의회는 1966년 ‘서머타임’을 전국적으로 법제화했다. 4월에 시작해 10월에 끝나던 ‘서머타임’은 2007년부터는 3월에 시작해 11월에 끝난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시간을 조정한다는 발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ABC방송은 7일 “심장마비 건수가 (시간 조정이 있는) 봄에 늘어나는 등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에서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서머타임’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겨울에 해가 지나치게 일찍 지는 일부 지역에선 ‘서머타임’이 필수적이다. ‘일광 시간 증가’와 ‘건강 우려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미국의 일부 주는 아예 시간대를 옮길 것을 건의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와 메인, 뉴햄프셔주 등은 동부표준시에서 대서양표준시로 시각을 고정해 일상 중 해가 떠있는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11일부로 한 시간의 단잠을 빼앗기게 돼 뿔이 났을 시민들이 가장 기다릴 날은 11월 4일이다. 서머타임이 끝나는 이날 시계는 오전 1시 59분에서 2시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1시로 되돌아간다. 사라졌던 시간을 되찾아 오는 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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