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가 14일(현지시간) 향년 76세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 진단과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도 삶을 이어나가며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 업적에 뒤따르는 대중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호킹 박사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수학자·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2.15.~1642.1.8.)가 사망한지 300년이 되던 1942년 1월 8일, 잉글랜드 케임브리지셔 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다. 그는 장애가 오기 전까지는 스포츠를 즐겼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재학 시절 몸무게가 가볍다는 이유로 조정팀 키잡이를 맡아 일주일에 엿새를 강에서 지냈다고 한다.
호킹 박사는 1963년 케임브리지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던 21세 때 운동신경세포가 사멸하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다. 당시 의사는 그가 1~2년 밖에 살 수 없다며 ‘시한부 인생’ 선고를 내렸다. 호킹 박사는 그러나 혼신의 노력으로 1966년 ‘팽창하는 우주의 성질(Properties of expanding universes)’이라는 논문을 발표, 박사학위를 따낸다. 이 논문은 지난해 10월 케임브리지 대학이 운영하는 논문 공유 사이트 ‘아폴로’에 무료로 공개됐다. 당시 이 논문을 보려는 접속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통에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호킹 박사는 폐렴으로 1985년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목소리를 잃고, 음성 합성장치를 통해 의사표현을 하게 됐다. 이후 블랙홀에 관한 이론을 발표하고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1988)’를 내놓으며 학자로서 전성기를 보낸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대 수학 석좌교수도 역임했다.
흔히 ‘갈릴레이-뉴턴-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잇는 물리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그는 그만큼 큰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대중매체에서 여러 번 그에 대해 다뤘다. 2004년 BBC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드라마 ‘호킹’을 방영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도 호킹 박사의 일대기를 다뤘다. 드라마가 호킹 박사의 20대 시절 성취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그의 사랑에 대해 다뤘다. 영화 주연은 에디 레드메인이 맡았는데, 레드메인은 이 작품으로 그해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호킹 박사가 등장했다. 공상과학(SF) 드라마 ‘스타트렉’과 시트콤 ‘빅뱅이론’에서는 호킹 박사 본인이 ‘스티븐 호킹’ 역을 맡아 깜짝 출연했다.
“표준적인 인간이나 평범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통적으로 창의적인 능력이 있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모든 사람에겐 특별한 성취를 이뤄낼 힘이 있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호킹 박사의 연설이 음성 합성장치를 통해 기계음으로 흘러나왔다. 이 연설은 지금까지 많은 이들 사이에서 감동을 주는 메시지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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