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블랙홀 속 점에서 시작” 대폭발이론 증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호킹이 남긴 학문적 업적

한때 공상과학영화와 소설에서 블랙홀은 공간 이동을 할 때 사용하는 단골 소재였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천체이므로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어디선가는 사라진 물질이 나오는 화이트홀이 존재할 것이란 가설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1974년 이후부터는 이런 이야기가 사라졌다. 32세에 불과했던 젊은 과학자, 스티븐 호킹이 블랙홀이 에너지를 방출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부터다.

호킹은 박사 학위를 받기 전부터 유명했다. 1964년 과학자들은 우주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항상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상우주론과 뜨겁고 밀도가 높은 하나의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대폭발이론을 두고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호킹은 ‘특이점과 시공간의 기하학’이라는 박사 논문을 통해 정상우주론을 주장하는 저명한 물리학자 프레드 호일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상우주론-대폭발이론 논쟁을 종결시킨 호킹은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연구에 나섰다. 연구 결과 블랙홀이 입자를 내뿜을 수 있다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제안했다. 이필진 고등과학원 물리학과 교수는 “(서로 물과 불처럼 상극이던) 중력이론과 양자이론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물리학 난제”라며 “호킹 복사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타진해 물리학계에 근원적이고 거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천체물리학을 알린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출판한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에서 1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호두 껍질 속의 우주’ ‘조지와 빅뱅’ ‘청소년을 위한 시간의 역사’ 등 익숙한 천체물리학 책을 남겼다.

말년에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2015년 “인간 통제를 벗어난 AI 무기 개발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세계적 석학·기업가 1000여 명의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기후변화, 핵무기 등으로 인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미래 세대는 우주공간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인류가 100년 후면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도 했다. 2016년 태양계에서 4.37광년(약 41조 km)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에 광속의 5분의 1 수준인 초소형 우주선 1000개를 보내는 ‘스타샷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스티븐 호킹#대폭발이론#시간의 역사#천체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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