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가 20일 끝나면 며칠 안에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대표단 파견의 명분은 전국인대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지만, 속내는 북-중 관계 개선에 집중돼 결국 미국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이란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당장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접촉이 본격화되는 만큼 중국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사전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스스로 한반도에서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은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 결정 과정은 물론이고 김정은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물었다고 한다”며 “얼마 전까지 북한을 쥐고 흔들던 중국이 지금은 얼마나 답답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중국 지도부는 전통적으로 북한이 중국을 배제한 채 미국이나 한국에 집중하는 상황을 경계해왔다. 특히 최근 대북 제재 이행 등을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한국, 미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시 주석의 이번 대북 대표단 파견은 경색된 북-중 관계를 풀고 향후 북핵 논의 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도 이번 중국 대표단 방문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대북 제재에 참여한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금은 중국을 향해 다가설 전략적 타이밍이기도 하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최근 중국 정부의 공식 행사 등에 자주 나타나는 것도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평창 교류로 한국과의 거리를 좁혔던 것처럼 중국과도 다양한 문화, 스포츠 교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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