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과거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데이터 분석 결과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전염병 전파 경로를 조기에 예측하고, 질병 확산을 막는 방법을 찾는 등 수학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된 수학자 이효정 교수(32·사진)는 첫 출근을 하루 앞둔 1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환자 대신 데이터와 수식을 들여다보며 연구한다.
수학자가 왜 의대에 갔을까. 이 교수는 “이론에 머물기보다는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답했다. 그는 경북대에서 통계학과 수학을 전공한 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수리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거쳐 지난해 2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처럼 박사가 된 지 1년 만에 교수로 임용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원 학부연구생으로 응용수학에 눈을 뜬 그는 2011년 ‘생물수학’을 연구하는 이창형 UNIST 교수의 첫 제자가 됐다. 생물수학은 생물학 관련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수리모델 등 수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학문 분야다.
그는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인플루엔자를 비롯해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양한 전염병의 전파 양상을 수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일단 감염 환자를 격리시키고 시민들은 무작정 외출을 삼가도록 하는 등 대부분 직관에 의존해 대응해 왔다”며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도화하고, 어느 기간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예측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