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은 후발 개발도상국의 추격으로 조선이나 자동차 등 중후장대 산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지자 획기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기존 산업을 포기하고 정보기술(IT)이나 관광 등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한 나라도 적지 않았다. 일부 국가는 기존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 구조를 개편하는 등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다.
○ 버릴 것은 버리고… 완전한 탈바꿈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500km 떨어진 해안 도시 말뫼에는 과거 세계 최고 조선업체인 ‘코쿰스’가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업체들에 밀려 선박 수주 물량이 급감했다. 급기야 1986년 코쿰스는 문을 닫았고 직원 2만8000여 명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이후 말뫼 시민들은 기업인, 노조, 주지사, 시장,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만들어 10, 20년 뒤에도 도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장기적인 산업을 찾기 위한 ‘끝장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포기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을 신(新)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마르 레팔루 당시 말뫼 시장이 나섰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2년 코쿰스 조선소 터를 매입해 100% 자체 생산한 청정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뉴타운을 개발하고 첨단 기업을 유치했다.
말뫼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말뫼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IT 같은 신산업에 투자하면서 6만3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새로 만들어진 기업만도 200여 개에 달했다.
스페인 북부 항구 도시인 빌바오도 같은 길을 걸었다. 스페인 철강기업 ‘시드노어’가 있던 빌바오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 제철산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 철강기업들이 급부상하면서 1980년대 이후 철강산업이 몰락했다. 이후 빌바오는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1997년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또 도시 전체를 예술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연중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변모했다.
○ 살릴 것은 살리고… 기존 산업을 혁신
지난해 11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25년 만에 신차 조립공장이 들어선다고 보도했다. 사업자는 인도 자동차 업체 마힌드라.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쇠락했던 디트로이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디트로이트는 2009년 GM 파산 후 쑥대밭이 됐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인력 감축과 과감한 복지 혜택 축소가 이뤄졌다. 근로 형태를 유연하게 바꾼 것도 이때다. 외부 인력 활용과 추가 근로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다. 구조조정 후 GM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GM의 미국 내 생산은 2009년 119만 대에서 2014년 210만 대로 늘었다. GM이 살아나면서 디트로이트도 외국 기업이 신차 조립공장을 세울 정도로 활기를 띠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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