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토모(森友)학원’을 둘러싼 스캔들로 일본 정국이 흔들리면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겨냥한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집권한 뒤 ‘아베 1강(强)’ 체제를 지켜온 자민당은 지난해 3월 당규를 바꿔 총재 임기를 3년 2연임에서 3연임이 가능하게끔 했다. 아베 총리가 9월 총재 선거에서 이기면 2021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다. 그동안 각종 조사 결과도 “‘포스트 아베’는 다시 아베”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모리토모 스캔들이 기존 판도를 통째로 흔들어 놓고 있다.
18일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내각 지지율이 33%로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내각 지지율은 같은 날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2주 전에 비해 9.4%포인트 급락해 38.7%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여름 일련의 사학 스캔들로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며 정권 퇴진론이 확산했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번 일이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행정의 장으로서 첫 번째 책임이다.”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16일 공문서 조작 문제를 둘러싼 총리의 책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헌법 개정 등에서 사사건건 아베 총리와 대결 자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공문서 조작 문제에서는 총리 비판을 자제해 왔다. 당내 제6파벌인 이시바파(20명)로서는 총재 선거에서 다른 파벌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시바파는 다른 파벌과 연대도 모색 중이다. 14일에는 12명의 의원이 소속된 이시하라(石原)파 최고 고문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를 초대해 파벌 공부회를 열었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아베 총리의 3연임 구상을 비판하고 출마를 공언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성원을 보냈다.
14일 자민당 제3파벌인 누카가파(55명)의 회장이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상에서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총무회장으로 교체된 것도 총재 선거의 변수로 떠올랐다. 4월부터 파벌 명칭도 ‘다케시타파’로 바뀐다. 문제는 누카가 전 회장은 아베 총리를 지지했지만 다케시타 신임 회장은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시바파에서는 ‘순풍’이라고 보고 연대의 기회를 찾고 있다.
‘포스트 아베’의 또 다른 후보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당내 정세 변화를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2기 아베 내각에서 무려 4년 7개월간 외상을 맡아 고락(苦樂)을 함께해온 그는 지난해 8월 개각 때 당에 복귀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를 뒷받침하면서 후계 자리를 물려받는 ‘선양(禪讓)’ 노선을 추구해 왔다. 다만 이번 문서 조작 사태에 대해서는 “법치국가이자 민주국가인 일본에서 발생한 이번 일은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행정 그 자체의 신뢰가 의심받고 있다”고 비교적 강하게 비판했다. 기시다파(47명) 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너무 오래하고 있다”며 ‘기시다 대망론’이 흘러나온다.
한편 아베 내각의 현직 각료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이나 장래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노 외상은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파벌에 소속돼 있어 움직이기 어려운 처지다. 다만 아베 총리로서는 아소 재무상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아소파의 지지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해야 한다.
반면 젊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7) 자민당 수석부간사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이번 공문서 조작 문제에 대해 “자민당은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아베 총리와 아소 재무상의 책임론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 국회는 19일 아베 총리와 아소 재무상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공문서 조작에 대한 집중 심의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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