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틈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어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한림원 연설에서 “영어의 지배가 반드시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며 전 세계에 프랑스어를 퍼뜨리기 위한 30개 대책을 발표했다. EU 관리들에게 프랑스어 강습 기회를 확대하고, 외국에 프랑스 학교를 두 배로 늘리고, 자국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무료 프랑스어강습을 400~600시간(현재 250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외곽에 2억 유로(약 2640억 원)를 들여 프랑스어 진흥 글로벌 센터를 증축하는 등 수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프랑스어는 현재 2억74000명이 사용하고 있는 전 세계 5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다. 프랑스어진흥기구(IFO)에 따르면 전 세계 프랑스어 사용인구는 2065년 1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80%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로, 이들 국가에서 인구 급증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U 내에서는 프랑스어가 영어에 완전히 밀렸다. 특히 2004년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EU에 가입하면서 EU 본부 내에서 프랑스어만으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 상황은 역설적이다. 우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영어가 (EU 기구들이 모인) 브뤼셀에서 이토록 퍼져 있었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왜 셰익스피어의 언어(영어)가 볼테르의 언어(프랑스어)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나. 우리가 너무 영어에 길들어있는 것은 잘못됐다”면서도 “영어는 EU의 일상적인 실무언어가 됐다. 브렉시트도 그걸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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