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집권한 오르반 헝가리 총리
친서방→민족주의 180도 변신… 경제 호전되자 국민 열광적 지지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55)는 유럽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국민의 선택을 받는 장기 집권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르반 총리는 다음 달 8일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4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르반 총리는 1998년 불과 35세에 총리 자리에 올랐을 때만 해도 서구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당시 그는 헝가리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주도했다.
2002년 선거에서 패배해 8년 동안 절치부심했던 오르반 총리는 2010년 기존의 친서방 자유주의 노선에서 민족주의 우파 성향으로 180도 변신해 다시 집권했다. 그는 자신이 도입했던 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정책을 되돌렸고 민족과 국가를 강조했다.
20대 청년 시절 ‘유럽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쳤던 오르반은 재집권 이후 “헝가리의 가치와 전통을 수호하고 발전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헝가리가 서방의 진보 민주주의를 좇은 결과 국가 자산을 지키지 못하고, 공동체가 무시되고, 빚더미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책에서 그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헝가리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몰렸지만 오르반 총리 집권 이후 3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경제성장률은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안정됐다. 국민은 “다국적 기업과 은행들, EU 관리들이 헝가리를 공격하려 한다. 탐욕스러운 저들이 이득을 얻지 못하게 하겠다”며 EU와 IMF에 맞서 싸운 오르반 총리에게 열광했다. 그가 공공연하게 “헝가리는 서방이 추구하는 가치 대신 러시아나 중국 같은 국가를 모델로 삼아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유권자들은 기꺼이 표를 던졌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골칫거리인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배타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의 이슬람화에 맞서 싸울 마지막 요새”라고 강조하는 그는 난민을 ‘테러리즘의 트로이 목마’ ‘무슬림 침략자’ ‘독극물’로 불렀다. 난민이 밀려오자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남쪽 국경 전체에 장벽을 쌓아 국경을 차단했다. 2015년 EU가 시작한 난민 강제할당제에 반기를 들어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지 않았다.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난민과 관련된 테러가 벌어질 때마다 오르반 총리의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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