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4분의 1이 문맹인 이집트에서는 대통령 선거 투표용지에 후보자를 상징하는 그림을 새겨 넣는다. 26일(현지 시간)부터 3일간 실시되는 이집트 대선 1차 투표에서 유권자 대부분은 압둘팟타흐 시시 현 대통령(64)이 자신의 상징으로 선택한 ‘별’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진행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자가 단 2명밖에 없어 결선투표 없이 다음 달 2일 곧바로 당선자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시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적인 분위기라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시시한 대선’이 됐다. 시시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나선 무사 무스타파 무사 후보(66)가 유권자들에게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이자 사업가인 무사는 후보자 등록 마감 15분 전 입후보했다. 그가 2005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엘가드(내일)당은 의회에 단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무사가 이번 대선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나선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시시 대통령의 공식적인 지지자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2014년 대선에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시시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집트 선거는 안정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선거가 끝난 뒤 시시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4년 임기 대통령의 3연임을 제한하는 헌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해 헌법에 반하는 3선 도전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스트롱맨’들을 모델로 한 장기집권 야망은 다음 임기 중 언제든 표출될 수 있다.
시시 대통령은 최근 1년 동안 폭압 통치를 강화해 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포함해 수백 개의 웹사이트를 차단했고, 야권 인사와 반정부 세력을 투옥했다. 대선을 앞두고 잠재적인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하거나 출마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탄압 때문이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폴 살렘 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시 정부는 경제와 안보를 이유로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겠지만 향후 정권 교체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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