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권력 강화 반대”, 베이징대 교수 3명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리천젠 상무 부원장 공개서한
“모두 고개 숙이고 교조적 사상만 얘기… 관변학자 거부하고 꼿꼿이 일어서자”

중국 최고 대학 베이징대의 저명 교수 3명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에 반대하며 사직했다.

25일 홍콩 밍(明)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대 내 단과대학인 위안페이(元培)학원의 어웨이난(鄂維南) 원장, 리천젠(李沈簡·사진) 상무 부원장, 장쉬둥(張旭東) 부원장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사실은 리 부원장이 작성한 사퇴의 변이 22일 위챗(중국판 카톡)을 통해 인터넷에 퍼지면서 알려졌다.

리 부원장은 지난달 28일 작성한 공개서한에서 “베이징대는 중국의 신성한 사상의 전당으로서 사상과 이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교조적인 사상만을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큰 목소리로 외치지는 못할지라도 펜을 들어 저항하며 최소한 우리의 존엄과 독립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리 부원장은 ‘암흑은 광명을, 절망은 희망을’이라는 영어로 된 시구를 인용하면서 “베이징대가 세워진 후 120년이 지난 오늘 모두 관변학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꼿꼿이 일어서자”고 촉구했다.

밍보는 이 서한이 중국의 정치제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들의 사임은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하는 일련의 조치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풀이했다. 베이징대 당국은 위안페이학원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위챗으로 연락을 취해 이 글을 퍼뜨리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임을 알린 교수 3명은 모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유학파다. 서한을 발표한 리 부원장은 퍼듀대에서 분자신경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중국 정부의 인재 유치 정책에 따라 베이징대로 초빙됐다. 어 원장 역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교수를 지냈고 장 부원장은 듀크대에서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리천젠 상무 부원장#공개서한#교조적 사상만 얘기#관변학자 거부#꼿꼿이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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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추천 많은 댓글

  • 2018-03-26 08:05:33

    양심적이고 용기있는 중국 지식인들! 한국 진보진영이 본 받아야. 점차 독재자 행세를 하려드 는 문재인을 비판할 양심조차 전혀 없나?

  • 2018-03-26 08:28:49

    싸오보교수이후 오랫만에 중국교수 3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 똥개교수들께 벽에 똥처바를 때까정 영광있으라

  • 2018-03-26 10:09:32

    중국에도 대단한 양심 교수가 있었구나. 권력에 붙어 떡꼬물 얻어 쳐 먹을려고 기웃거리는 한국 교수들 보다 몇배 휼륭하구나. 무한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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