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북한을 적폐청산 대상으로 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조창범 천영우 등 과거 일화 증언
“검증 없는 비핵화 반대 확고… 앞뒤 안재고 들이대는 스타일”

“증거가 부족하다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도 아니다.”

2003년 1월 서울의 한 호텔.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이렇게 단언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었던 조창범 전 주호주 대사가 볼턴의 카운터파트로 각각 보좌관을 대동해 2 대 2 회동에 나섰을 때였다. 조 전 대사는 2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볼턴의 대전제는 간단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이 확실한 핵 개발 증거를 북한에서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김정일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에 따르면 볼턴은 이미 당시 “(북-미가 각각 핵 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합의한) 제네바 합의는 영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확실한 검증 없이 북한에 퍼주는 행위라며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북한을 ‘로그 스테이트(rogue state·불량국가)’라 지칭하면서 “한국은 북한을 신뢰하느냐”며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고 한다.

볼턴이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있을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볼턴은 북한을 요즘 말로 ‘적폐’로 인식했고, ‘적폐 청산’을 비핵화의 확실한 방법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향후 본격적인 북-미 대화 국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검증 강화를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퍼붓는 볼턴의 일화도 전해졌다. 2002년 ‘탄도미사일 확산방지를 위한 헤이그행동규범(HCOC)’ 출범을 위해 미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볼턴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이란 외교장관 등을 앞에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조 전 대사는 “일단 기회다 싶으면 앞뒤 재지 않고 들이대고 보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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