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사디야트섬에 위치한 ‘루브르 아부다비’의 돔 지붕 아래로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이 건물의 지붕은 서로 다른 모양의 패널 7850개로 이뤄져 빛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한다. 아부다비=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걸프의 뜨거운 햇살이 거대한 돔 지붕에 뚫린 7850개의 패널 사이로 쏟아졌다. 해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내리쬐는 빛의 모습도 서서히 변했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의 모습은 몽환적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 루브르 아부다비를 도심 인근의 사디야트섬에 개관했다. 2007년 프랑스 정부와 분관 설립에 합의한 지 10년 만이다. 공사비만 1억800만 달러(약 1156억 원). 프랑스에 루브르 브랜드 사용을 위해 지불한 로열티와 작품 대여료, 전문가 파견비용 등을 합치면 1조5000억 원이 넘게 들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약 5000억 원)로 사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도 올여름부터 이곳에 전시된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프랑스 루브르의 첫 번째 해외 분관이면서 중동에 자리한 최초의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13일 루브르 아부다비의 출입구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아바야(검은 망토 모양의 이슬람권 전통의상)를 입은 여학생들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온 줄리아 로그빈 씨는 “루브르 아부다비는 정말 놀라운 곳”이라며 “전 세계에서 온 훌륭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데 예술적인 관점에서도 새롭다. 나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파리 루브르 등 프랑스 13개 박물관에서 건너온 소장품 300점과 그 밖의 세계적인 작품 300점이 전시돼 있다.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마누엘 라바테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장은 전시된 고려청자를 가리키며 “이곳에서 한국인으로서 당신이 속한 문화를 느끼는 동시에 전 세계의 예술작품과도 교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부다비는 약 20조 원을 들여 사디야트섬 일대를 문화 특별 관광지구로 조성하고 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7배 규모의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비롯해 자이드 국립박물관, 해양박물관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들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무함마드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관광문화청장은 “사디야트섬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국제적 문화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의 롤모델은 인구 35만 명의 작은 도시 스페인 빌바오다. 스페인 북부의 쇠락한 산업도시였던 빌바오는 1980년대 후반 구겐하임 분관을 유치해 기사회생했다. 당초 시민의 95%가 반대했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1997년 구겐하임 분관을 연 빌바오는 5년 만에 총 투자액 1억3500만 유로(약 1800억 원)를 모두 회수했다. 매년 105만 명의 관람객이 구겐하임 빌바오를 찾고 있다.
루브르 분관이 문을 연 뒤 아부다비를 찾는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아부다비 호텔 투숙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6.2%, 17.6% 증가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경제다각화를 위한 장기개발계획 ‘경제비전 2030’을 수립하고 관광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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