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 파격적으로 의무 취학 연령을 6세에서 3세로 낮추면서 유럽 내 적정 취학 연령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교육제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는 순간”이라고 높게 평가했지만 유럽에서는 “아이들의 안정적인 정서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빠른 공교육보다는 가족과 오래 있는 게 좋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유럽 국가들은 4∼7세까지 다양한 유치원 의무 취학 연령 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와 달리 유럽의 섬나라 키프로스 공화국은 올해 1월 국무회의를 거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2021년까지 현행 5세 8개월에서 6세로, 그에 따른 유치원 취학 연령도 현행 4세 8개월에서 5세로 늦추기로 결정했다.
키프로스 교육부는 “만 5년 8개월의 경우 초등학교 학교 시스템을 따라가기에 인식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너무 미성숙하다는 학부모와 교사들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키프로스는 초등학생의 42%가 수학 능력에 낙제점을 받아 유럽연합(EU) 내에서 하위 두 번째 성적을 거두면서 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고민이 많다. 키프로스 공화국의 초등교육 담당자 크리스토스 하디아타나시우 씨는 “국제학력비교(TIMMS) 결과를 분석해보면 학생 연령이 낮을수록 점수가 낮으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결과도 취학 연령이 높은 핀란드와 홍콩 같은 나라가 더 결과가 좋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학습 능력이 뛰어난 걸로 알려진 북유럽의 의무 취학 연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7세,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6세로 높은 편이다. 핀란드 교육 전문가 파시 살베르그 씨는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이 읽기와 수학에서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것을 배울 수 있는 나이에 학교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학 연령만으로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불가리아의 경우 역시 유럽에서 가장 늦은 7세에 의무 교육이 시작되지만 PISA에서 유럽 최하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가치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3세의 97.6%가 국가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가치에 중점을 두면서 유치원부터 공교육으로 흡수하고 있다. 교육 경쟁력을 또 다른 가치로 내세우는 마크롱 대통령은 “그동안 유치원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유치원도 아이들의 교육에 초점을 맞춰 언어를 배우고 학습 능력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 교육 스페셜리스트인 요시 카가 씨는 “집에서 케어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학교 밖과 집에서 다른 언어를 쓸 경우 이번 정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성공을 이루려면 잘 훈련된 교사, 잘 짜인 커리큘럼, 실내와 야외 활동의 적절한 분배, 이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교육 전문가인 짐 나이트 씨는 “유치원은 사회성과 놀이에 포커스가 맞춰져야지, 지나치게 빨리 언어 이해와 숫자 등 핵심 학습 능력으로 접근할 경우 아이들을 지루하게 해 학교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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