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어린이 600여명 목숨 구한 ‘네덜란드의 쉰들러’ 107세로 타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0일 03시 00분


1943년 6월 19일 아침. 요한 판 휠스트 씨(사진)가 운영하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교사양성소에 교육부 감사관이 들이닥쳤다. 독일 나치 친위대(SS)를 대동한 감사관은 건물에 아이들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물었다. “이 아이들이 유대인인가?” 휠스트 씨는 어렵게 입을 뗐다. “내가 정말 그 질문에 대답할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감사관은 휠스트 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신의 이름으로, 조심하기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600명 이상 유대인 어린이의 생명을 구한 네덜란드 교육자 겸 정치인 휠스트 씨가 22일 10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28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운영한 교사양성소는 유대인 유치원과 담벼락을 함께 썼다. 이 유치원은 12세 이하 유대인 어린이들을 임시로 수용하던 장소였다. 교사양성소 길 건너편에는 나치 독일이 점령한 극장이 있었다. 그는 극장과 유치원 사이에 전차가 잠시 정차하는 틈을 타 유치원 내 어린이들을 바구니와 자루에 담아 구출했다. 하지만 휠스트 씨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가 구하지 못했던 수천 명의 아이들을 늘 떠올립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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