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내전’ 정부군 승리로 끝날 듯
트럼프 “중동지원에 7조달러 낭비… 이제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게 하자”
정부군, 반군 마지막 거점 탈환 눈앞… 러-이란-터키 4일 정상회담서 논의
시리아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마지막 반군 근거지 동(東)구타 탈환을 눈앞에 뒀다. 사실상 ‘시리아 내전의 승전국’인 러시아와 이란, 터키의 정상들은 이달 4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시리아 철수’를 언급하면서 7년 넘게 지속된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는 형국이다. 그러나 군사적 해법으로 내전이 종식되더라도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재앙적 분열’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달 31일 국영TV를 통해 “다마스쿠스 동쪽의 자말카, 에인타르마, 아르빈, 조마르 등 4곳에서 반군을 모두 몰아냈다”며 “반군을 상대로 한 전략적 승리이자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반군 대부분은 러시아가 중재한 협상을 통해 북서부 반군 지역 이들리브로 자진 퇴각했다. 동구타의 마지막 반군 거점 두마에서도 현재 퇴각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정부군이 동구타의 95%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두마마저 시리아 정부군에 넘어가면 시리아 북서부인 이들리브가 사실상 반군 최후의 거점이 된다. 이들리브는 지난해 9월 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긴장완화지대(안전지대)’로 설정해 휴전이 유지되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산업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중동 지원에 7조 달러(약 7420조 원)를 썼는데, 그 대가로 무엇을 받은 줄 아느냐.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시리아에서 곧 나올 것이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도록 하자”며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약 2000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2억 달러에 달하는 시리아 재건 예산의 집행을 동결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기존 시리아 개입 전략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수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와 이란, 터키 등 반미(反美) 진영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정부군이 동구타를 완전히 손에 넣으면 조만간 내전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러시아와 이란이 주도하는 ‘시리아 평화회담’이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다. 이들이 구상하는 전후 질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현상유지인 반면 반군은 평화협상 조건으로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도 정치적인 타협 없이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 7년에 걸친 내전으로 기본적인 국가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 나라를 일으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제금융기구는 시리아 정권이 전향적으로 정치민주화를 이행하지 않으면 3250억 달러에 달하는 시리아 재건 비용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극심한 경제난이 지속된다면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은 시리아 국민은 아사드 정권에 맞서 다시 저항할 것이 뻔하다.
종파 간 분열로 이슬람국가(IS)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로 군과 정부 요직을 장악한 채 수니파 국민 70%를 지배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은 언제든 발호할 수 있다. 특히 이란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해 극단주의 반군의 결집을 지원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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