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맞보복에 부담?…트럼프 “무역전쟁 상태 아니다” 숨고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15시 16분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일촉즉발로 치닫던 미중 간 무역전쟁이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농산물 등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공격하자, 미국이 확전을 자제하는 듯한 태도로 바뀌는 분위기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4일 “현재 중국과 물밑대화가 진행 중”이라며 “협상 결과에 따라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실제로 시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중국을 응징하기 위한 조치가 실제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관세 조치)는 전체 과정의 한 부분”이라며 “당근과 채찍이 있기 마련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가장 고통 없이 잘 풀어나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스뉴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 상황은 관세와 그에 대한 반응, 최종 결정과 협상 등을 아우르는 전체 과정의 초기 단계”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으며, 이미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향후 몇 달 간은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중국과의) 협상테이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협상가가 있다”며 “협상 절차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 상태가 아니다”라고 썼으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지난달 22일 “일정 정도 경고사격 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협상을 통한 해결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미국경제에 큰 타격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함께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최고위 당국자들이 나서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커들로 위원장은 “주식시장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이번 일에 대해 침착하게 대처하라. 과잉반응하지 말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귀결될지 한번 보자”고 말했다. 로스 장관도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관세 부과 조치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불과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의 구두개입 덕에 이날 장초반 501포인트나 급락했던 다우존스지수는 203.9포인트(0.96%) 오른 채 마감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가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정부 당국자의 발언도 나왔다.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은 이날 오하이오 주에서 열린 주민 토론회에서 “어젯밤 대통령과 얘기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농민을 돌볼 것이다. 당신이 이 말을 농민들에게 직접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물밑 대화를 통해 양측이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인 셈이다. 다만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제조업을 지키겠다는 원칙이 확고하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큰 폭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명분을 세울 수 있다”며 “시진핑 영구 집권 체제에 시동을 건 중국 역시 이번 파워게임에서 밀릴 수 없기 때문에 접점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회에서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무역전쟁을 하는 데 대해 염려하고 있고 이것이 도를 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관세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며 “정부의 관세 부과가 증가하는 추세인 듯 보이는 데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것은 ‘미끄러운 비탈(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행동)’이고, 그래서 나는 이것이 우리나라에 좋지 않은 광범위한 맞보복으로 가기 전에 중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