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여자는 나가” 심폐소생술 女 쫓아낸 日 ‘스모 전통’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4월 5일 16시 42분


일본의 스모 경기장에서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던 관객이 여자라는 이유로 쫓겨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교토부 마이즈루(舞鶴)시에서 열린 일본스모 춘계대회 사전행사에서 다타미 료조 시장(多々見 良三·67)이 인사말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관계자들이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할 하는 사이 객석에서 여성 두 명이 급하게 도효(스모 경기 무대)로 뛰어 올라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여성 두 명이 협력해 료조 시장의 흉부를 압박하던 그때 장 내에 “여성들은 도효에서 내려가 주세요”, “남성이 올라가 주세요”라는 아나운서의 방송이 수 차례 흘러나왔다.

이에 해당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며 난감해 했다. 결국 뒤늦게 경비원들이 자동 제세동기를 갖고 온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잠시 걱정스럽게 지켜 보다가 쫓기듯 도효에서 내려갔다.

일본 스모계는 도효를 완전한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여기고 있다. 스모가 시작된 642년 이후 약 1400년 간 도효에 여성이 들어오는 것을 엄격히 금해왔다. 2000년 일본 최초의 선출직 여성 지사(오사카부) 오타 후사에(太田房江)가 스모 우승 선수에게 시상하기 위해 도효에 올라가려 했다가 스모협회의 강한 반발을 산 적도 있다.

이번에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조차 응급조치하던 사람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내쫓는 일이 벌어지자 협회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면서 전근대적 관행이라는 비난을 샀다.

사건 직후 주최 측은 “경비원들이 자동 제세동기를 가져왔기 때문에 내려가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비원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여자는 내려가달라’는 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이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은 4분이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4분 안에 뇌에 산소공급을 받지 못하면 뇌사에 빠질 수 있어 누구라도 빨리 심폐소생술을 시도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스모협회 핫카이(八角) 이사장은 “인명이 달린 상황에서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며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여성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일부 매체는 이 여성들이 의사와 간호사라고 보도했으나, 마이즈루시 측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적인 응급조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병원에 이송된 료조 시장은 의식을 되찾았다. 시 관계자는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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