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품목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콩(대두)’의 원산지는 흥미롭게도 한반도와 만주 남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 학계에서는 약 5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콩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반도가 원산지인 농작물 중 전 세계에 콩처럼 많이 확산됐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없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한반도가 ‘콩의 중심지’였던 건 1920년 미국의 식량종자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식량종자 조사 및 확보 활동을 펼쳤는데 한반도에서 3379종의 야생 콩 종자를 발견했다는 것. 전체 야생 콩 종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또 1930년 전후로 한반도가 세계 2위의 콩 재배 지역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지명에서도 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엿볼 수 있다. 두만강(豆滿江)의 경우 ‘콩을 가득 실어 나르는 강’이란 의미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두만강에서 한반도산 콩을 대거 실어 날랐다. 또 한반도에서 생산되는 콩의 30% 이상을 수탈해 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인이 유목민족이 안 된 이유를 풍부한 콩에서 꼽기도 한다. 산이 많아 대규모 목축이 쉽지 않은 지역임에도 한국인이 한반도에서 계속 살 수 있었던 것은 콩을 통해 단백질 섭취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은 “한국인은 콩을 처음 식용으로 사용한 민족”이라며 “콩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고, 콩으로 만든 음식이 많은 것도 한반도에서 콩이 원산지인 것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국내 농·식품 학계는 한반도가 콩의 원산지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경북 영주에 세계 유일의 콩 전문 박물관인 ‘콩 세계과학관’(2015년 개관)을 건립하는 데도 앞장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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