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가 치를것” 경고뒤… 시리아 공군기지 미사일 피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화학무기 공격, 짐승같은 아사드”… 발 빼려다 다시 개입 시사

시리아 정부군이 동(東)구타 내 두마 지역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시리아 공군기지가 공습을 받았다. 미국과 서방국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유엔 차원의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사회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그 비호세력인 러시아,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되풀이되는 화학무기 참사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9일 새벽 시리아 중부 홈스의 정부군 T-4 공군기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7일 두마 지역에 염소가스가 투하돼 최소 7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와 시리아 측은 이번 공습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9일 오전 3시 25∼53분 이스라엘 공군 F-15기 2대가 시리아 영공에 진입하지 않고 레바논 영공에서 T-4 비행장에 미사일 8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미 국방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우리가 수행한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시리아에서 아무 생각도 없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러시아와 이란은 짐승 같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지난주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동구타 현지에서 화학무기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현지 기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어쩔 줄 몰라 멍해진 사람들이 거리를 걸어 다니고 여인들은 울고 있었다”며 현장은 마치 ‘최후의 심판의 날’ 같았다고 전했다. 한 의무 요원은 “모든 삶의 축이 파괴됐다”며 “매일매일 죽음을 맛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역시 “우리가 (배후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프랑스는 전날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가장 먼저 요청했다.

국제사회는 1년 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지난해 4월 4일 시리아 이들리브주 칸샤이쿤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린가스 공격으로 8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유엔 차원의 전면 조사를 요구했다. 특히 미국은 이틀 만에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공습해 응징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무력하게 끝났다.


시리아는 2013년 9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했다. 이듬해에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사찰까지 받고 화학무기 전량 폐기를 선언했지만 끔찍한 참사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유엔과 OPCW는 공동 조사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2014년과 2015년에도 반군에 염소가스를 사용한 증거를 확보해 2016년 보고서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마련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지난해 3월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시리아#트럼프#화학무기#공군기지#미사일#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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