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강관청 재무성 최고위 관료인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학원 스캔들로 정권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경질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발행된 주간지 슈칸신초(週刊新潮)는 후쿠다 차관이 재무성에 출입하는 여기자들을 불러 술을 마시며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호텔에 가자”, “키스하자”는 등의 발언을 상습적으로 했다고 폭로했다. 후쿠다 차관은 주간지에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한 뒤 침묵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구두로 충분히 주의를 줬다”며 조사도 징계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간지 측이 13일 인터넷에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파문은 더 확산됐다. 녹음 속에서 후쿠다 차관으로 보이는 인물은 상대를 향해 “오늘 안아도 되느냐”, “손을 묶어도 되느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
침묵을 지키던 후쿠다 차관은 16일 재무성을 통해 “여기자에게 그런 발언을 한 적은 없으며, 업무가 끝난 뒤 가끔 여성이 접대하는 장소에 가서 말장난을 한 적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주간지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재무성은 고문 변호사에게 조사를 위탁하면서 출입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피해를 입은 여기자가 있으면 조사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조사 주체가 중립적이지 않은데다 폐쇄적인 일본 풍토에서 피해자가 실명을 대고 나설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내각에서 야당 역할을 해 온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은 17일 “성희롱 피해자는 가족에게도 상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위화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7일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책임을 지고 전모를 해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니혼TV 조사에서 정권 지지율이 26.7%로 나와 2012년 집권 후 최저로 내려간 데다, 재무성의 모리토모 학원 관련 문서조작이 드러난 직후여서 여당 내부에서도 “결국 후쿠다 차관이 사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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