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프랑스 파리 2구 오페라 가르니에 근처 ‘조와이유(Joyeux·기쁨)’ 카페. 이곳에 들어서자 로즈마리 씨가 문을 열어줬다. “봉주르”라고 인사하는 그의 말은 어눌했고 표정은 어색했다. 하지만 분명 웃고 있었다. 가게 안은 손님으로 발 딛을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이 카페는 지난달 23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오픈한 뒤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개점하는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가 찾아와 축하해주었다.
이 곳은 매장 매니저와 1층 계산대와 2층 주방에 한 명씩 있는 매니저를 제외한 모든 종업원이 로즈마리와 같은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을 앓는 장애인이다. 매장은 크지 않지만 종업원은 20명이 넘는다. 오랜 시간 일하기가 힘들어 업무 시간이 주당 12~25시간으로 비장애인 노동자보다 짧기 때문이다.
이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주문과 계산을 마치면 번호표 대신 장난감 블록 하나를 받는다. 직원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음식이 나오면 직원들은 블록을 들고 같은 색깔의 블록을 가진 손님을 찾아 음식을 가져다준다.
이 가게의 모토는 ‘가슴으로 모시는 식당’. 손님을 부를 때도 고객(client)이라는 말 대신 초대손님(convive)으로 부른다. 집에 초대한 손님처럼 정성껏 모시겠다는 뜻이다. 가게 모든 직원들의 신발은 왼쪽과 오른쪽 색깔이 서로 다르다. 왼발과 오른발은 다른 색깔이지만 그래도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매장 매니저 까미유가 설명했다.
가게 주인 얀 부카일리 렁흐자크는 2012년 생활이 어려워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국내외 여행을 경험시켜주는 ‘에메랄드 범선 사회 연대’ 재단을 만들었다. 6년 동안 병자, 부랑자, 노숙자, 전직 수감자 등 6500여 명이 재단을 통해 범선 여행을 했다. 4년 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장애인으로부터 “덕분에 해외로 나가서 감사하지만 나한테 일자리를 줄 수 없겠느냐”는 질문을 듣고 그는 ‘조와이유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프랑스 북서부 렌느 지역 1호점에 이어 파리에 2호점을 냈다. 그는 “스타벅스와 경쟁할 것”이라며 “보르도나 릴 쪽에도 가게를 낼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2층 주방에는 21세 장애인 루이가 요리 매니저 가항드에게 배를 넣은 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배를 자르고 있었다. 루이는 “오늘 당근 케익도 함께 만들 예정”이라며 “빵 만드는 게 너무 재밌다.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 있는 요리를 묻자 “초콜릿”이라고 수줍게 말한 레이는 “제과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 날 로즈마리에게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3년 전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뒤 가족이 서로 친구가 된 페기 씨가 막내아들 멜리를 데리고 온 것. 멜리 역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로즈마리 가족과 쉽게 친구가 됐다. 로즈마리는 연신 멜리를 껴안고 뽀뽀하며 반가워했다. 로즈마리가 취직했다는 소식에 파리에서 70km 떨어진 집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페기 씨는 “장애인이 일반인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뒹구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전역 곳곳에는 장애인 종업원이 있는 식당이 늘고 있다. 최근 다운증후군 장애인 멜라니가 공영방송에서 일일 기상 캐스터로 날씨를 전하는 모습을 830만 시청자가 관심 있게 보는 등 장애인과 함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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