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째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이 최근 더 깊은 테러리즘의 수렁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탈레반을 저지하기 위한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한 이후 아프간 내 폭력과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 내전에 개입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미 공군이 아프간에 떨어뜨린 미사일은 총 1186발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아프간 공군도 2년 전 자체적으로 공습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뒤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을 타깃으로 매일 4~12건씩 폭격에 나서고 있다.
아프간 정부군과 미군은 8일 아프간 북부 주즈잔 지역의 IS 근거지를 공습해 IS 최고위급 지휘관 카리 헤크마트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아프간 국방부는 “헤크마트는 북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IS 인물 중 하나”라며 “그는 치명적인 테러에 관여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도 카불조차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22일 카불의 유권자등록센터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공격으로 60명이 숨지고 129명이 다쳤다. IS는 선전 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와 미군이 헤크마트를 제거했다고 밝힌 지 2주 만에 IS의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가 카불 시내 병원 인근 검문소에서 구급차를 활용한 최악의 자폭 테러를 벌여 103명이 사망했다. 미 해군대학원의 아프간 전문가 토머스 존슨은 “공습 확대로 내전이 끝날 것이라는 암시는 거의 없다”며 “역사상 순수하게 공군의 힘으로 패퇴한 반군 세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등 중동에서 쫓겨난 IS는 2014년 아프간에 진출해 ‘IS 호라산 지부’를 만들었다. 호라산은 아프간·파키스탄·인도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으로 이란어로 ‘해뜨는 곳’을 뜻한다. 아프간 당국에 따르면 카불에서 활동하는 호라산 조직이 약 20개에 달한다. IS는 최근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민간인 대상 테러에 주력하고 있다.
아프간 치안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단(UNAM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프간 내전으로 숨지거나 다친 민간인은 225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래 2016년(2268명)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민간인 사상자의 45%(1081명)가 자살폭탄과 급조폭발물 등 테러 공격을 당한 경우였다. UNAMA는 보고서를 통해 “자살폭탄 등에 의한 사상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며 “이는 올해 나타난 새로운 트렌드”라고 밝혔다.
테러는 10월 20일로 예정된 아프간 총선을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달 14일 유권자 등록업무가 시작된 이후 열흘 새 유권자등록센터를 겨냥한 공격이 다섯 차례나 발생했다. IS는 총선을 방해하고 공포를 조장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당초 2015년 치러질 예정이었던 아프간 총선은 치안 불안으로 3년이나 미뤄졌다. 오랜 내전으로 무너진 경제 기반 탓에 아프간 정부가 민심을 잡기도 힘든 상황이다. 아프간 인구 39%가 빈곤선 아래 있고, 청년 실업률은 2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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