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주재 필리핀 대사관이 펼친 이른바 ‘사막의 구출작전’에 발끈한 쿠웨이트 정부가 필리핀 대사를 추방하기로 했다. 필리핀 대사관은 이달 7일부터 2주간 쿠웨이트 집주인에게 학대받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26명을 고국으로 탈출시켰다. 이 조치는 ‘사막의 구출작전’으로 불리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고, 이에 쿠웨이트 정부는 “노골적인 주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25일 쿠웨이트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레나토 빌라 주쿠웨이트 필리핀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1주일 안에 쿠웨이트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쿠웨이트는 또 주필리핀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20일 필리핀의 빌라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데 이어 구출작전에 참여한 필리핀 대사관 직원 2명을 전격 체포했다. 그러자 필리핀 외교장관이 24일 쿠웨이트 정부에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쿠웨이트는 필리핀 대사 추방이라는 초강수를 이어간 것이다.
양국의 외교 분쟁은 2016년 쿠웨이트에서 실종된 필리핀 가사도우미 조애나 데마펠리스(29)의 시신이 올해 2월 아파트 냉동고에서 발견되면서 촉발됐다.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그의 몸 곳곳에서 화상과 구타 등 고문의 흔적이 발견됐다. 데마펠리스의 마지막 고용주였던 레바논-시리아인 부부는 체포돼 이달 2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데마펠리스의 죽음이 알려지자 필리핀 정부와 국민은 크게 분노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쿠웨이트로 향하는 노동자 파견을 전면 금지시키고 무료 전세기를 급파해 1만 명이 넘는 자국 가사도우미를 귀국시키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현재 26만 명 이상의 필리핀인이 쿠웨이트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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