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뇌파 측정해 감정변화 읽어… 노동자들 머릿속까지 감시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운전사-군인에 ‘센서 모자’ 쓰게해 AI에 뇌파전달… 분노-불안 등 체크
빅브러더-思想경찰 우려 커져

중국의 한 기업이 개발한 뇌파 감시 장치. 작고 가벼워 모자에 부착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중국의 한 기업이 개발한 뇌파 감시 장치. 작고 가벼워 모자에 부착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중국 정부가 노동자의 뇌파를 측정해 감정 변화를 감지해 내는 장치를 개발해 공장의 생산 현장 등에 도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전자 장비 생산 업체인 항저우중헝전기도 뇌파 감시 장치를 사용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생산 라인의 노동자들에게 뇌파 감시 센서가 부착된 모자를 쓰고 일하게 한다. 센서는 뇌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전송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이 데이터를 분석해 좌절, 분노, 불안 등 노동자의 감정 변화를 알아차린다.

‘뇌파 감시’ 연구는 서구에서도 이뤄졌으나 산업 현장에 이를 실제로 적용한 건 중국이 처음이다. 중국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 대중교통 운영업체, 국영 기업과 군대 등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베이징∼상하이 구간 고속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도 뇌파 감시 장치가 부착된 모자를 쓴다. 이 장치는 기관사들의 피로도, 집중력 저하 등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측정해 기관사가 졸 경우 기관실 내 알람을 울려 잠을 깨운다. 중국 저장성에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전망저장전력은 뇌파 감시 기술을 도입한 2014년 이후 수익이 20억 위안(약 3380억 원)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효과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뇌파 감시 장치 개발 프로젝트 ‘뉴로 캡’을 진행하고 있는 닝보대의 자진 교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가 감정 변화가 심하다면 생산 라인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기술은 수년 안에 중국이 경쟁자들을 추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등장하는 ‘사상(思想)경찰’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오즈안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중국에 아직 이런 종류의 기술 적용을 제한하는 법이나 규제가 없다”며 “기업이 노동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이 기술을 악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도 나쁘지만, 뇌파 감시는 사생활 침해 문제를 새로운 (심각한) 차원으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중국#뇌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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