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란 비밀 核개발 증거 있다”…‘美, 협정 파기’ 부추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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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프레젠테이션 TV로 생중계, “2015년 오바마정부와 합의前 감춰”
모사드 올 1월 테헤란 창고 급습… 문건 500kg-파일CD 183장 입수
이란 “양치기 소년 또 유치한 쇼”, 전문가 “새로운 내용 없다” 평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외교 성과인 이란 핵 합의 파기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내 말이 100% 옳았다는 점이 진실로 입증됐다”고 맞장구치며 핵 합의 파기를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에서 TV연설을 통해 “이란이 아주 큰 거짓말을 했다”며 이란이 2015년 핵 합의에 서명하기 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존재를 감춘 사실을 입증할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주 전에 5만5000쪽에 달하는 문서와 5만5000건의 파일이 담긴 CD 183장을 입수했다”며 “이것들은 2017년 테헤란 비밀 장소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올해 1월 테헤란의 비밀 창고를 급습해 ‘프로젝트 아마드’로 불리는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자료들을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프로젝트 아마드는 핵무기를 고안하고 실험하기 위한 포괄적 프로그램”이라며 “이란이 핵 합의에 서명한 뒤 이를 숨기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영어로 진행한 이날 프레젠테이션은 TV로 생중계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은 12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관련 중대 결정을 앞두고 핵 합의 파기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옳은 일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내놓은 자료들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수전 멀로니는 “네타냐후가 언급한 어떤 것도 이란 핵 합의에 대한 근거를 약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가 어떤 일을 할지는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핵 합의 파기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다만 “탈퇴를 하더라도 진정한 합의를 위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미국의 요구들이 반영된 새로운 핵 합의를 위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은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맹비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거짓 경고를 멈출 수 없는 늑대소년이 또 말썽을 피우고 있다”며 “합의 파기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이미 처리된 해묵은 의혹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차관도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은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쇼”라고 비난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중동을 다시 뒤흔들려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시도에 대해 일본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중동 순방(4월 29일∼5월 3일)에 나선 것도 중동 평화 유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순방에 앞서 “중동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이 최근 북-미 정상회담에 전향적으로 나오는 배경에는 중동과 동아시아 두 지역에서 동시에 분쟁이 터지는 것을 피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달 중하순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교섭에서 ‘쉬운’ 타협을 하면서 일본에 리스크를 남길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정권이 중동 평화를 측면에서 지원해 미국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안보에 대한 관여를 유지하게 하려 한다”고 전했다.

카이로=박민우 minwoo@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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