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협상 두달 허송… 伊 재선거로 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총선 32% 득표’ 1당 오성운동 대표, “정당들 좁은 이익만 내세워 실패”
극우 동맹당에 6월 재선거 제안… 혼란 우려하던 대통령 결단 주목

“이 시점에서 더 이상 다른 선택은 없다.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3월 4일 이탈리아 총선에서 1당에 오른 후 두 달 동안 연정 구성에 전념해 왔던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지난달 30일 그의 페이스북에 연정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결국 두 달 동안 연정 구성을 놓고 세력 간에 힘겨루기만 벌이다 재선거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마이오 대표는 “모든 정당이 자신들의 좁은 이익만 생각했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파연합을 이끄는 동맹당에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함께 가서 의회를 해산하고 6월에 재투표를 치를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극좌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은 지난달 총선에서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에 힘입어 32%를 득표하며 승리했고 곧바로 연정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디마이오 대표는 지난주부터 중도 좌파인 민주당에 “정치적인 융합점이 많다”고 구애하며 공을 들였다. 민주당은 3일 연정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지만 당내 영향력이 큰 마테오 렌치 전 민주당 대표가 끝내 연정 참여에 반대하면서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해졌다.

오성운동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동맹당과도 한동안 대연정 협상이 진행돼 유럽 최초 극우-극좌 포퓰리즘 정당의 집권이 점쳐지기도 했다. 동맹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18%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동맹당은 끝내 우파연합을 함께했던 전진당의 실질적인 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내치지 못했다. 동맹당은 베를루스코니를 연정의 파트너로 함께하자고 제안했으나 오성운동은 부패의 상징인 그와 함께하는 건 절대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사이 지난달 열린 이탈리아 남부 몰리세주와 북동부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동맹당과 전진당이 연대해 내세운 우파연합 후보가 승리하면서 두 당의 연대는 더 끈끈해졌다. 오성운동은 “정부 구성에 최선을 다했으나 민주당은 아직도 렌치 총리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고, 동맹당은 결국 베를루스코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도 여러 차례 재선거를 요구해왔다. 재선거 여부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 혼란을 이유로 재선거에 부정적이었으나 연정 구성의 길이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은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연정협상#두달 허송#이탈리아#재선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