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입양해주오” 호소하던 中 85세 노인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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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 소식 끊고 아내와 사별… 새 가족 찾으려 전단지 돌려
쓸쓸한 죽음, 2주 지나 알려져

85세의 나이에 ‘나를 입양해 달라’고 쓴 전단을 만들어 붙인 중국 남성 한쯔청 씨가 살아생전 자신의 집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85세의 나이에 ‘나를 입양해 달라’고 쓴 전단을 만들어 붙인 중국 남성 한쯔청 씨가 살아생전 자신의 집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나를 입양해줄 사람 찾습니다. 80대 남성. 혼자 쇼핑과 요리 가능. 만성질환 없고 건강합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톈진의 버스정류장에 이런 전단이 나붙었다. 흰 종이에 파란색 펜으로 꾹꾹 눌러쓴 전단이다. ‘월 6000위안 연금 나옴.’

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인 남성 한쯔청 씨(85)가 3월경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겨울 이 전단을 써 붙인 주인공이다. 같은 달 17일에 숨졌지만 그의 죽음은 약 2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다. 한 씨는 결국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하고 홀로 숨을 거뒀다.

한 씨는 한때 가족이 있었지만 홀로 남겨진 홀몸노인이었다. 함께 살던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들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펜을 들게 한 건 그에게 남은 단 하나의 두려움이었다. 한 씨는 홀로 죽어 살이 다 썩고 뼈만 남겨진 채로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게 가장 무서웠다. 당장은 자전거를 타고 계란과 빵을 사올 수 있었지만 이조차도 어려워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85세의 나이에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 건 그래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씨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전단의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고 한 인터넷 방송도 그의 이야기를 소개해준 덕분이었다. 지역 식당에서는 그에게 음식을 보내줬다. 전화로 얘기를 들어줄 20세 친구도 생겼다. 한 씨는 잠깐이나마 새로운 가족을 만날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한 씨는 얼마 못 가 남이 가족이 될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제안을 하나둘 거절하다 보니 자연히 알게 됐다. 다시 그에게 ‘홀로 죽는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한 씨의 죽음 뒤 들춰본 그의 여생에는 누군가와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려는 노력이 가득했다. 자살예방센터에도 전화를 걸었고 새로 사귄 20세 친구인 장징 씨와도 계속 대화를 나눴다. 3월 14일 장 씨가 놓친 한 씨의 전화가 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3일 뒤 한 씨는 자신의 방 안에서 조용히 숨졌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한쯔청#중국#홀몸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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