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 소식 끊고 아내와 사별… 새 가족 찾으려 전단지 돌려
쓸쓸한 죽음, 2주 지나 알려져
‘나를 입양해줄 사람 찾습니다. 80대 남성. 혼자 쇼핑과 요리 가능. 만성질환 없고 건강합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톈진의 버스정류장에 이런 전단이 나붙었다. 흰 종이에 파란색 펜으로 꾹꾹 눌러쓴 전단이다. ‘월 6000위안 연금 나옴.’
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인 남성 한쯔청 씨(85)가 3월경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겨울 이 전단을 써 붙인 주인공이다. 같은 달 17일에 숨졌지만 그의 죽음은 약 2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다. 한 씨는 결국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하고 홀로 숨을 거뒀다.
한 씨는 한때 가족이 있었지만 홀로 남겨진 홀몸노인이었다. 함께 살던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들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펜을 들게 한 건 그에게 남은 단 하나의 두려움이었다. 한 씨는 홀로 죽어 살이 다 썩고 뼈만 남겨진 채로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게 가장 무서웠다. 당장은 자전거를 타고 계란과 빵을 사올 수 있었지만 이조차도 어려워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85세의 나이에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 건 그래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씨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전단의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고 한 인터넷 방송도 그의 이야기를 소개해준 덕분이었다. 지역 식당에서는 그에게 음식을 보내줬다. 전화로 얘기를 들어줄 20세 친구도 생겼다. 한 씨는 잠깐이나마 새로운 가족을 만날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한 씨는 얼마 못 가 남이 가족이 될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제안을 하나둘 거절하다 보니 자연히 알게 됐다. 다시 그에게 ‘홀로 죽는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한 씨의 죽음 뒤 들춰본 그의 여생에는 누군가와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려는 노력이 가득했다. 자살예방센터에도 전화를 걸었고 새로 사귄 20세 친구인 장징 씨와도 계속 대화를 나눴다. 3월 14일 장 씨가 놓친 한 씨의 전화가 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3일 뒤 한 씨는 자신의 방 안에서 조용히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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