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논란 北-美회담 악재될라… 靑-백악관 서둘러 불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5일 03시 00분


‘NYT, 주한미군 감축설 보도’ 진화

청와대와 백악관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트럼프발(發)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4일 백악관에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곤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동시에 빠르게 움직인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문제가 ‘완전한 비핵화’ 논의에 예기치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NYT 보도를 단순한 ‘오보 해프닝’으로 보긴 어렵다는 말도 있다.

○ NYT 보도 하루 만에 청와대-백악관 동시 진화

이날 NYT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를 보도하자 청와대는 새벽부터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잠시 뒤 정 실장은 “이 핵심 관계자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청와대는 이와 별도로 백악관에 공식 해명을 요청했고, 볼턴 보좌관의 성명은 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빠르게 움직이고, 백악관 NSC 라인도 이에 동조한 것은 현 시점에서 주한미군 논란은 한미 모두에 이득이 될 게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한미가 먼저 북한이 원하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이야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최근 ‘포린어페어스’에 한 기고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화했는데 이 문제가 또 거론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여기에 주한미군 문제가 현 정세와 섣불리 엮이면 안보 공백 논란과 보수층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주한미군은 트럼프의 오랜 ‘경제·외교적 카드’

한미 당국이 동시에 NYT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문제를 거론해 왔던 만큼 언젠가는 맞닥뜨릴 문제가 튀어나왔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강력 비판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첫 방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조속한 배치 완료를 요청하며 주한미군 주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사드가 배치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검토를 지시했다가 존 켈리 비서실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비핵화 담판에서도 주한미군을 협상 카드로 거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NYT는 이날 보도에서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칩’으로는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으나, 외교가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관계의 역사적, 전략적 판단을 하는 정치가나 행정가가 아닌 비즈니스맨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주한미군#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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