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식성 비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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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효율’ 상징 햄버거에 엄지척

“빅맥은 굉장하다. 쿼터파운더(치즈버거의 일종)도 그렇고. 굉장한 음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인터뷰에서 밝힌 햄버거 예찬이다. 그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코리 루언다우스키는 지난해 펴낸 책 ‘Let Trump Be Trump(트럼프를 트럼프답게 둬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맥도널드에서 주로 주문하는 메뉴는 ‘빅맥 두 개, 필레-오-피시(생선버거) 두 개, 그리고 초콜릿 밀크셰이크’라고 밝혔다. 열량만 2500Cal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트럼프 전용기에는 ‘맥도널드, KFC, 피자, 다이어트 콜라’ 네 가지 종류의 음식이 상비돼 있었다고도 적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면 그의 보디가드 중 한 명이 백악관 인근 뉴욕가(街)에 있는 맥도널드로 달려가 햄버거를 사오곤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햄버거는 ‘효율’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미중 정상회담 때) 국빈만찬은 잊어버리고, 그냥 회담장에서 햄버거나 먹으면서 중국과 더 나은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자신이 풀어내겠다고 얘기할 때 ‘신속과 효율’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음식이 바로 패스트푸드인 햄버거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식 있는 자리에서 가장 즐기는 음식은 스테이크다. 그것도 딱딱해질 정도로 구워낸 ‘웰던(well done)’ 스테이크를 좋아한다. 지난해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대했을 때 그는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스테이크와 으깬 감자를 대접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 왕실은 ‘양고기와 함께 제공된 스테이크와 케첩’을 내놨다. 스테이크에 케첩을 발라 먹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식습관을 반영한 특별 메뉴였다.

지난달 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해 환영 만찬을 베풀 때에는 스테이크를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빈 만찬서 메인 메뉴로 등장한 음식은 ‘캐롤라이나 골드라이스 잠발라야’. 닭고기나 해물을 한데 넣고 솥에 익힌 냄비요리인 잠발라야는 18∼19세기 미국에 정착한 프랑스 이주민들의 영향을 받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다진 고기에 계란 그리고 양파, 마늘 같은 향신 채소를 섞어 식빵 모양으로 구운 미트로프와 시저샐러드, 스파게티 등을 좋아하며 디저트로는 초콜릿 케이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선호한다. 술은 전혀 하지 않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단연 콜라다.

● 김정은, 서구화된 입맛에 ‘와인사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맛이 서구화돼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13년간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김정은은 일본 최고급 쇠고기를 사용한 와규 스테이크, 생선초밥, 스위스산 에멘탈 치즈를 즐기며, 엄청난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2013년 9월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과의 만찬 테이블에서도 스테이크가 메인 메뉴였다. 후지모토는 2015년 6월 영국 더 메일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스시와 고가의 샴페인을 지목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김정일에게 스시를 만들어 올리는 날이면 늘 김정은도 빠지지 않고 함께 식사했다. 김정은은 스시를 좋아할 뿐 아니라 엄청난 애주가”라고 회상했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샴페인 두 병씩은 해치웠다는 것. 또 김정은이 좋아하는 샴페인은 ‘크리스털 샴페인’으로 불리는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라고 전했다. 오프라 윈프리, 래퍼 제이지, 퍼프 대디 등 할리우드 명사들이 좋아하는 샴페인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에멘탈 치즈는 ‘스위스의 한 조각’이라고 불릴 만큼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로 짭조름하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에멘탈 치즈 공법을 배우고 오라며 2014년 초 음식 전문가 3명을 프랑스 국립유가공기술학교의 유제품 생산 집중교육 코스에 보내려 하기도 했다. 최고의 맛을 내는 치즈 생산에 계속 실패하자 현지에 직접 가서 배워 오라고 했던 것. 그러나 해당 학교가 그 요청을 거부해 좌절됐다.

2016년 방북한 후지모토는 다시 방북 수기를 통해 김정은과의 3시간 식사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이날의 메뉴는 프랑스 요리였다. 냉야채, 콩소메 수프, 구운 대구요리, 메인 디시는 중화풍의 걸쭉한 소스를 얻은 고기, 마지막으로 케이크와 단 머스크멜론이 디저트로 나왔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는 나오지 않았다”고 썼다. 김정은에게 건배를 제안하자 그가 “며칠 전 보르도 와인을 하룻밤 10병이나 마셨더니 위 상태가 조금 나빠진 듯하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김정은과 만찬할 때 테이블에는 레드와인 1병과 북한 전통주 3병이 세트로 묶여 서빙됐다. 김정은이 내놓은 와인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 오찬에 올랐던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미셸 피카르’로 추정되고 있다. 미셸 피카르는 프랑스 부르고뉴 코트드뉘이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이날 제공된 와인은 미셸 피카르의 와인들 중에서도 2002년산 코트드뉘이 빌라주로 알려졌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미 정상회담#식성#김정은#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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