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20주년 기념식 연설서
큰 기러기와 고니 뜻하는 ‘鴻鵠’, ‘鴻浩’로 읽어 논란 커지자 사과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 총장이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을 잘못 읽어 망신살이 뻗쳤다. 논란이 커지자 이 총장은 사과문을 통해 “문화대혁명 때문에 어휘, 어법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6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린젠화(林建華·사진) 베이징대 총장은 4일 개교 120주년 기념식 연설 중 “베이징대 학생들이 분발해 훙후(鴻鵠)의 뜻을 세워야 한다”는 대목에서 ‘훙후’를 ‘훙하오(鴻浩)’로 잘못 읽었다. 큰 기러기와 고니라는 뜻의 훙후는 우리말로는 홍곡이다. 포부가 원대하고 큰 인물을 비유하는 말이다. 훙후는 진나라를 무너뜨린 농민 반란을 주도한 진승(陳勝)이 ‘제비와 참새가 어찌 홍곡의 뜻을 알겠느냐’고 탄식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일 베이징대를 시찰하면서 “훙후의 뜻을 세우고 이상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린 총장의 ‘무지’를 눈에 띄게 했다.
린 총장은 같은 연설에서 ‘수많은 학생’이라는 뜻의 ‘선선쉐쯔(莘莘學子)’의 ‘선선’을 시시콜콜 따진다는 뜻의 ‘진진(斤斤)’으로 잘못 읽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한 린 총장을 ‘글자를 잘못 읽은 총장’이라는 뜻의 ‘바이쯔샤오장(白字校長)’이라고 조롱했다. 인터넷에서는 린 총장이 잘못 읽은 발음인 ‘훙하오의 뜻’이라고 적힌 베이징대 티셔츠가 판매되기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평론에서 “이 고사는 중국 사회에서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를(린 총장을) 비웃는 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린 총장은 5일 베이징대 내부 게시판에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매우 미안하다. 정말로 이 글자의 발음이 익숙지 않았다. 이번에 배웠지만 비용은 정말로 컸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린 총장의 사과보다는 몰랐던 이유를 설명한 그 다음 대목이 화제가 됐다.
“초중학생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그때 교육이 거의 정체됐다. 처음 몇 년 동안 교과서가 없었고 나중에 교과서가 생겼지만 너무 간단했다. 우리가 받은 교육의 기초는 완전하지 못했고 체계적이지 않았다. 1977년 대학 시험 며칠 전에야 어법 책을 공부하면서 주어와 술어가 무엇인지 알았다. 대학 입학시험의 어문 과목이 작문 80점, 어휘·어법 20점으로 배분됐다. 그렇지 않았으면 베이징대에 붙지 못했을 것이다.”
린 총장의 연설 영상은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삭제됐다. 린 총장은 베이징대 화학과 박사 출신으로 독일과 미국에서 유학한 뒤 베이징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5년 베이징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