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핵 해법으로 내세운 “단계적”이라는 표현을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9일에는 이례적으로 중국 다롄(大連)에서 7, 8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이 제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이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를 느껴 방중했음을 드러내면서 중국이 북한의 강력한 후원자로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양측이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해 상호 신뢰를 수립하고, 단계적 행동을 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 해결을 함께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계적 북핵 해법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몇 단계로 나눠 하나하나 맞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측은 ‘단계적’이라는 뜻으로 ‘펀제돤(分階段)’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 측은 앞서 8일 시 주석과 김 위원장 간 회담 결과를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수립하고 각 측이 책임 있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때 중국 측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단계적”에 해당하는 표현도 역시 ‘펀제돤’이었다.
또 중국 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관련국(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과 안보 위협만 없애면, 북한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면서 미국이 먼저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해줘야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해야 체제 보장, 대북 제재 해제 등의 보상이 가능하다는 미국식 접근을 반대하면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이 단계적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김 위원장식 해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중국 측이 발표한 ‘단계적’ 해법과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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