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아베 회담, 관계개선 나서
센카쿠 충돌방지 핫라인 운용 합의… 中, 34조원 위안화 투자한도 부여
아베 연내 訪中… 과거사 난제 여전
2010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유권 충돌 이래 식을 대로 식어온 중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다.
중국 총리로는 8년 만에 공식 방일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9일 중일 정상회담 모두에 “중일 관계는 최근 몇 년 풍파를 경험했고 나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금 풍파가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중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인 올해를 중일 관계의 새로운 출발의 해로 삼고 싶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두 정상은 센카쿠 열도에서 양국 간 충돌을 막기 위한 핫라인 개설 등 ‘해공 연락 메커니즘’을 다음 달 8일부터 운용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또 일본에 2000억 위안(약 33조9000억 원) 규모의 위안화 적격 외국인투자자(RQFII) 한도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 금융기관의 중국 자본시장 투자가 한층 쉬워진다.
양국은 또 아베 총리가 연내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는 데 합의했다. 일본 측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일을 요청했다.
이 같은 중일 간 해빙은 쌍방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수년간 공들여온 대러시아 외교가 진척되지 않자 대중관계를 새로운 외교전략으로 설정했다. 지난해엔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해 협력 의사를 밝히며 시 주석과의 대화나 연대를 요청했다.
중국은 중국대로 최근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예고되는 가운데 주변국들과도 적대적인 분위기다.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과 갈등을 빚어왔고 국경을 접한 인도와도 긴장이 높아져 있다. 한국과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충돌했다. 시 주석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당 대회 후 주변국 외교 개선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일 해빙은 표면적인 것을 뿐 충돌을 불러일으킬 현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양국은 9일 열린 3국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에 과거사 문제를 어떤 표현으로 넣느냐를 놓고 심야까지 진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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