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유럽 보증 없인 핵 합의 유지 안해”… 사우디 “이란 핵 개발땐 우리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1일 03시 00분


美 핵합의 탈퇴뒤 중동 긴장고조
트럼프 “이란 핵프로그램 재개땐 매우 혹독한 결과 직면할 것”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한 뒤 중동 지역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핵 개발 강화를 시사했고,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핵 능력을 갖는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 선언 후 시리아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1973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충돌을 벌여 확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하면 매우 혹독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 자리에서 “이란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핵 프로그램을 시작하지 않기를 충고한다. 그들에게 매우 강력히 충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핵합의는 일방적이며 재앙적이고 끔찍한 협상으로, 체결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합의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의 최고지도자와 강경파들은 핵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의 준관영 매체 파르스뉴스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9일 교육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어젯밤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고 천박한 성명을 들었다. 거기에는 10가지도 넘는 거짓말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나는 (핵합의 당사국인) 유럽연합(EU)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란 정부는 이들에게 보증을 요구해야 한다.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핵합의를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은 미국 없이 핵합의에 남을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어떤 제약도 없이 산업용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1년 남짓한 시간이면 이란이 충분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이란이 핵능력을 획득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겨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두고 “이란이 만들고 후티 반군에 전달한 것”이라며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에 대한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란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시리아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0일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초소가 이란군 혁명수비대로부터 20여 발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공격은 전날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군사기지를 공습한 데 대한 보복이다.

이스라엘 영문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란의 로켓 공격과 이스라엘의 반격이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시리아에서 최대 규모의 충돌이라고 전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하메네이#유럽 보증#핵 합의 유지#사우디#이란 핵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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