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는 ‘6월 12일 싱가포르’로 결정이 났다. 막판 결정 직전까지 판문점과 평양 등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지만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핵 담판을 벌이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6·13지방선거 하루 전날이기도 하다.
○ 돌고 돌아 결국 싱가포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크게 기대되는 김정은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열릴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를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몇 시간 전까지 “며칠 내에 밝힐 것”이라며 뜸을 들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애용하는 미디어 수단 중 하나인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에 깜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후보지에서 제외하면서 회담 장소와 시기를 두고 막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이었다.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회담 장소가 비무장지대(DMZ)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기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지난달 30일 “DMZ가 회담 장소가 되면 엄청나게 축하할 일이 될 것”이라고 한 지 열흘도 안 돼 판문점 카드를 접었다.
그 직후 워싱턴에선 싱가포르가 0순위로 부상했다. CNN은 정상회담 추진 사정에 밝은 익명의 두 관계자를 인용해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회담을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싱가포르가 가장 유력한 정상회담 개최지”라고 보도했다.
CNN의 싱가포르 개최설 보도가 나온 지 8시간여 만에 평양 카드가 잠시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가 10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직접 마중 나간 자리에서 “방북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한 일이다(It could happen)”라고 답하면서부터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 후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실무팀이 정상회담 직전 한 차례 더 방북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평양행에 힘을 싣는 듯했지만 결과는 중립외교 무대인 싱가포르였다.
○ 회담 장소에서 이긴 美, 비핵화 회담도 우위 선점?
싱가포르는 북-미회담 거론 단계부터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다. 세계적인 교통의 요지인 동시에 국제적 규모의 컨벤션을 치를 수 있는 인프라가 풍부한 게 최대 장점.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전 대만 총통 간 양안 분단 66년 만의 첫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열렸다. 여기에 싱가포르는 북한의 여섯 번째 교역국이자 대사관을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전용기로도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
외교가에선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핵 담판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장소 선점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이 회담의 본질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더 세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은 끝까지 평양을 원했지만 결국 싱가포르로 서로 양보하는 선에서 만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부터 북-미 간 치열한 막판 전략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방선거 전날 열리는 북-미 회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국내 정치 지형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게 됐다.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은 6·13지방선거 하루 전날이다. 지방선거가 한반도 대화 국면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백악관에 “5월 말 또는 6월 초 북-미 정상회담을 가지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지방선거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게 됐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에 대해 “개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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