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처한 국제 분위기를 볼 때 항공모함을 띄워 (중국의 기세를) 고무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은 지난달 30일 ‘자국산 첫 항공모함’인 001A ‘산둥(山東)함’ 시험 항해 날짜를 ‘엄선’해야 한다며 군사평론가 천광원(陳光文)의 견해를 실었다.
그로부터 여드레가 지난 8일 산둥함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첫 시험 항해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진수식을 가진 뒤 꼭 1년 만이다. 흥미로운 건 산둥함 시험 항해가 시작되기 하루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2차 정상회담을 갖는 등 1박 2일간 머물다 돌아갔다는 점이다. 중국 언론은 아무런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산둥함 시험 항해를 함께 지켜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12일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 일대 남중국해에서 열린 중국 해상 열병식. 시 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격으로 군함에 올랐다. 열병식엔 2012년 9월 진수된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도 모습을 드러냈다.
“신시대의 노정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의 분투 가운데서 강대한 인민해군을 건설하는 임무가 오늘날처럼 긴박한 적이 없었다. 인민해군이 세계 일류 해군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 주석이 이렇게 ‘해양대국’을 역설한 지 8일 뒤 랴오닝함은 군함 6척과 함께 태평양 해상에 나타나 첫 함재기 발진 훈련을 벌였다.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항모 굴기’를 향한 중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① 산둥함은 랴오닝함 업그레이드 버전
지난해 4월 26일 중국선박중공(重工)집단의 다롄 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가진 산둥함은 빠르면 내년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남해 함대에 배속돼 함대 본부가 있는 하이난성 싼야를 모항으로 삼는다. 싼야는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랴오닝함이 함재기 이착륙 훈련 등 항모 운용을 위한 실험용 성격이 강한 반면 산둥함은 실전 배치용으로 알려져 있다. 남중국해를 놓고 칼빈슨함 등 미국 항모와 기세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험 항해에 앞서 산둥함은 5일 항모 운영에 필요한 물자와 병력을 수송하는 데 쓰이는 수송용 헬기인 즈(直·Z)-18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산둥함은 랴오닝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기도 하다. 랴오닝함은 옛 소련에서 제작하다 중단된 바랴크함을 구입 개조해 만들었다. 산둥함은 랴오닝함을 모방했지만 중국이 자체 제작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 7번째로 항모를 독자 제작한 나라가 된 셈이다.
산둥함은 랴오닝함을 본떠 만들어 외관이 비슷하다. 함재기 발진 방식이 스키 점프식으로 항모 갑판 앞부분이 경사지게 올라가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랴오닝함이 ‘001’, 산둥함이 ‘001A’로 번호가 붙여진 것도 그 때문이다.
산둥함(7만 t)은 랴오닝함을 개조하며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재 배수량이 더 커졌다. 대형 안테나 4개와 주변을 360도 감지해 해상 또는 공중 목표물 수십 개를 포착할 수 있는 S밴드 레이더가 탑재됐으며 수십 기의 중국산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이 실려 있다. 함재기도 랴오닝함은 24대에 불과하지만 산둥함은 40대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② 中 ‘2020년대 6척 항모 보유 계획’
중국은 산둥함에 이은 항모 제작도 진행 중이다. 먼저 ‘중국산 2호 항모’이면서 ‘순수 중국산’이라고 부르는 3호 항모가 2015년 3월부터 상하이(上海) 장난(江南)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이는 랴오닝함 등 다른 항모를 본뜬 것이 아니라 자체 기술과 디자인으로 제작하고 있다. 엔진은 여전히 1, 2호 항모와 같은 디젤이지만 함재기 이륙은 스키 점프식이 아닌 ‘증기 사출식’으로 바꾼다.
스키 점프식은 전자식에 비해 함재기 이륙에 거리가 더 많이 필요하다. 또 비행기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무기를 탑재하기 어려워 작전 능력이 제약된다. 3호 항모는 배수량 8만 t, 함재기는 72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빠르면 2025년 혹은 2030년까지 핵 추진 항모 2척을 포함해 동해 북해 남해 함대에 각각 2척, 총 6척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다. 6척 항모의 함재기 이륙 방식은 스키 점프식 2척, 증기 사출식 2척, 전자 사출식 2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11척 모두 최첨단의 전자 사출식이다.
③ 2척 대 11척, 그 이상의 격차
중국의 항모 굴기 의지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뒤 주요 무역 루트의 안전 확보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태평양 패권 경쟁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항모의 역량 면에서 중국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도 안 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미국 중국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22척의 항모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핵 항모는 미국(11척)과 프랑스(1척)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올해 5월 현재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만 4개의 항모 전단을 운용하고 있다. 미 항모는 모두 배수량이 10만 t 이상이며 함재기 수도 80대 이상이다. 올 3월 남중국해 북부 해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진행한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CVN-70)함은 최첨단 F-35C ‘라이트닝2’ 스텔스 전투기 등 함재기 90여 대를 갖췄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다. 중국이 운용하는 젠(殲)-15 함재기의 전투 능력을 압도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또 칼빈슨 항모전단은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 ‘웨인 E 마이어’(DDG 108) 외에도 유도미사일 순양함 ‘레이크 챔플레인’(CG 57) 등 전투함과 제2항모항공단 소속 9개 비행전대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중국 항모는 미 항모와 달리 핵추진 항모가 아니기 때문에 며칠에 한 번씩 급유를 받아야 한다는 것부터 약점으로 꼽힌다. 대양 작전을 벌이려면 방어능력이 취약한 여러 대의 대형 급유선을 함께 거느리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3월 중국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집단이 홈페이지에 “핵 항모, 최신형 핵 추진 잠수함, 잠수함 인공지능(AI) 전투 시스템, 통합 전자정보시스템 등을 개발할 것”이라며 핵 항모 개발에 대한 의지를 공개 천명한 이유다.
④ 일본도 항모 추진, 동북아도 항모 경쟁 시대로?
중국에 맞서 일본도 최대 호위함인 이즈모(1만9500t)의 갑판을 개조해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모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헬기 14대를 탑재할 수 있어 ‘헬기 항모’로도 불리는 이즈모의 갑판에 스키 점프대를 설치해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10대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2015년 취역한 이즈모는 갑판 길이 248m, 폭 38m로 건조비만 1200억 엔(약 1조1400억 원)이 들어간 자위대의 핵심 전력이다. 외관도 항모와 유사해 진수할 때부터 ‘사실상 항공모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바야흐로 동북아에 항모 경쟁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옛 소련 시절 북해 지중해 등에 수 척의 항모를 운영했던 러시아는 현재 북해 함대 소속의 ‘아드미랄 쿠즈네초프’ 한 척만 운영하고 있다. 1985년 진수돼 1990년 배치됐으나 2016년 11월 시리아 공습에서 처음 실전에 투입됐다. 올해 소모품 교체 등 수리에 들어가 이르면 2021년 재배치될 예정이라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배수량 5만9000t에 스키 점프식으로 30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는 2030년까지 함재기 90대의 10만 t급 신형 항모 건조 계획을 추진하다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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