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손의 신부 메건 마클이 19일 윈저성 세인트조지 성당에 깔끔하고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해외 언론들도 마클의 드레스가 보석과 레이스로 화려함을 뽐내던 다른 왕실 드레스와 달리 단순함으로 ‘파격’을 선보였다고 호평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드레스의 아름다움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절제(confident restraint)’ 속에 있다”며 “현실 속 로맨스는 동화 같은 일이 아님을 드레스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단순해 보이는 마클의 드레스에는 깊은 의미들이 담겨 있다. 왕실의 드레스를 누가 디자인하게 될지에 관한 소문이 무성했는데 그동안 후보로 꼽히지도 않던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을 맡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지방시’가 지난해 최초의 여성 디렉터로 발탁한 영국인 디자이너다. 마클이 페미니스트로서 독립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켈러는 마클의 주문에 따라 영국 왕실이 대표하는 영연방 국가들을 베일 속 꽃들로 표현했다. 탄자니아의 아프리칸 바이올렛, 솔로몬제도의 히비스커스와 함께 마클의 고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양귀비꽃 등 55종의 식물이 베일에 담겼다.
마클이 쓴 작은 왕관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할머니 메리 왕비(조지 5세 왕비)가 생전에 썼던 것이다. 가디언은 “메리 왕비의 왕관이 (할리우드 여걸로 꼽히는) 원더우먼의 느낌을 풍겨 왕자비임을 잘 표현하면서도 페미니스트의 아이콘다운 느낌을 줬다”고 설명했다.
마클이 손에 든 부케는 해리 왕손이 결혼식 하루 전날 커플이 머물던 집 정원에서 직접 선택한 흰 꽃들과 은방울꽃으로 만들었다.
해리 왕손도 면도를 하지 않고 평소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결혼식을 올리는 파격을 보였다. 가디언은 “군복을 입을 땐 면도를 깨끗하게 하는 게 관례이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염을 기른 채 결혼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다른 국가 정상이나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도 초청되지 않았다. 그 대신 커플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 중심으로 약 600명이 결혼식장을 찾았다.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배우 이드리스 엘바 등이 결혼식에 함께했다. 해리 왕손의 옛 연인인 첼시 데이비와 크레시다 보너스도 결혼식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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