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근 담화에서 엄청난 분노-적대감 보여”
김정은에 공개 서한 보내 “지금 회담 부적절”
“김정은, 마음 바뀌면 주저없이 연락해달라” 여지
문재인 대통령, 한밤 긴급회의 소집해 대책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지금 시점에 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inappropriate)하다고 생각된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린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가늠할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슬프게도 최근 당신의 담화에 담긴 엄청난 분노(tremendous anger)와 공개적 적대감(open hostility)에 따라 오랫동안 계획했던 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잇달아 담화를 발표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지목해 맹비난을 퍼붓고 도발 가능성 및 정상회담 취소를 잇달아 언급한 게 이날 전격 취소의 이유라고 밝힌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핵 대 핵’ 대결 등을 언급한 것을 겨냥해 미국의 핵능력을 과시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북한의 핵 역량을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의 핵 능력은 너무나 거대하고 강력해서 신에게 이를 사용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정도”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3월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한 김정은의 회담 제의를 수락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대치 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김정은이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그리고 특히 북한은 평화와 번영, 부를 얻을 수 있는 큰 기회를 잃어버렸다”며 “진정으로 역사의 슬픈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데 대한 당신의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 나에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 달라”고 했다. 김정은이 최근의 도발적 태도를 바꿔 대화 국면으로 다시 나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수용한다면 싱가포르는 아니더라도 다시 장소와 시간을 잡아 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북-미 간을 중재하며 ‘한반도 운전석’에 앉으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도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11시 반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을 청와대 관저로 긴급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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