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 못참아” 中 관영지 기자 40명 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숙청된 보시라이 관련 기사에 부서 없애고 기자 숙청하자 저항
언론통제 상황서 집단행동 이례적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과 홍콩 핑궈(蘋果)일보가 29일 “중국 관영 매체인 베이징(北京)청년보 산하의 파즈(法制)만보 기자 40여 명이 새로 임명된 사장의 숙청 행위에 저항해 올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언론 통제를 시행 중인 중국에서 기자들이 언론 탄압을 이유로 집단행동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쉰은 “베이징에서 10여 년 만의 최대 규모 사표 사태”라고 평가했다.

파즈만보는 고위 관료들의 부패나 권력 남용,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을 조명하는 심층 탐사보도로 유명한 매체다. 파즈만보의 편집위원 주순중(朱順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라이벌이었으나 숙청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가 다롄(大連)에서 재직하던 시절 주도해 세웠던 건축물이 그의 숙청 이후 철거됐다는 기사를 지난해 8월 위챗(한국의 카카오톡 격)의 한 채팅방에 올렸다.

누군가 이를 당에 신고했고 언론 통제 담당인 당 중앙선전부가 숙청을 시작했다. 올해 1월 파즈만보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펑량(彭亮)이 숙청을 주도했다. 총편집인 왕린(王林)이 교체됐고, 주순중을 지지하던 집행총편집인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주순중은 치료를 명목으로 휴가를 가야 했다. 이 기사를 취재한 것으로 보이는 심층보도부는 폐지됐고 부서원들이 회사를 떠났다고 핑궈일보는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언론탄압#중국 관영지#기자 40명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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