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뽑을때 성적만큼 경험-활동 중시” 슐리셀 美미시간대 총장 방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학생들 서로 주고 받으며 배워… 성적우수자만 뽑으면 도움안돼
미래 기술변화에 대처할수 있게 유연성과 협업 능력 길러줘야”

26일 서울에서 만난 마크 슐리셀 미국 미시간대 총장은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미시간대 제공
26일 서울에서 만난 마크 슐리셀 미국 미시간대 총장은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미시간대 제공

“대학이 성적이 만점인 학생들로만 채워진다면 아주 재미없는(boring) 공간이 될 겁니다. 신입생을 뽑을 때 학문적 재능뿐 아니라 경험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지요. 각기 다른 배경의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협력하고 급변할 미래에 대비하게 하는 것이 미래 대학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명문 대학인 미시간대를 이끄는 마크 슐리셀 총장의 미래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아시아 지역 미시간대 동문 행사 참석차 방한한 그를 26일 서울에서 만났다. 다음은 슐리셀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은 대입제도 개편 논쟁이 뜨겁다. 미시간대는 학생을 어떻게 뽑나.

“우리는 결코 시험 성적이나 등급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한 종류의 학생만으로 대학이 가득 차는 것은 교육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모습에서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배운다. 더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의 전체적인 면을 평가한다. 점수나 등급뿐 아니라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경험과 활동을 했는지를 본다.”

―한국도 비슷한 선발제도(학생부종합전형)가 있지만 사회적 불신이 크다. 기득권에 유리하단 지적도 있다.

“공감한다. ‘좋은 교육을 받은 부모의 자녀가 또다시 고등교육의 기회를 갖는 데 유리한’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한다. 그들은 더 똑똑한(smarter) 게 아니다. 부모가 부와 인맥을 통해 교육을 지원해주는, 운이 좋은(luckier) 학생일 뿐이다. 이럴수록 대학은 교수나, 정치가나, 자본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학생 선발 과정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비판에 대해서는 소통해야 한다. 나도 미시간대에 불합격한 학생의 부모에게서 불만의 편지를 많이 받는데 직접 답장을 쓴다.”

―학교를 이끌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적 환경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등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 안의 19개 스쿨 및 칼리지가 서로 협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우리가 2년 전 시작한 ‘빈곤 퇴치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경영, 법, 공공정책, 교육, 경제, 의학 등 모든 영역의 교수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경쟁적 대학문화에서는 협력이 쉽지 않은데….

“확실한 인센티브를 준다. 새로운 리서치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재정 지원을 하는데 조건을 붙인다. 각기 다른 3개 분야의 교수 3명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서로 협력해 팀의 성과를 높여야 좋은 성적을 받는다.”

―한국은 대학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미래 공동체를 위해 함께 투자하는 것이란 확신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대학 졸업자가 많은 주일수록 주의 전체 소득 또한 높다는 조사가 있다. 교육적 성과는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최고의 대학들에 장기적 관점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우리와 달리 지금 학생들은 일생 동안 여러 개의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넓은 분야를 이해하는 유연한 교육을 받고 새롭게 생겨나는 기술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또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옆집 사람처럼 교류하는 시대인 만큼 모든 한국 학생이 (국제 공용어인) 영어를 편안하게 쓰도록 가르치고, 수학과 기술 교육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리라고 본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마크 슐리셀#미시간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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